도착한 이래로 소설을 두 권 읽었는데 두 권 모두 마이클 코널리의 작품이었다. 처음 건 미키 할러가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이래로 다시 주인공으로 등장한 Brass Verdict, 두번 째 건 해리 보쉬 시리즈인 Nine Dragons. 이제 Scarecrow인가 하는 작품만 보면 출판된 작품은 다 읽는 셈인데, 마지막 건 볼까 말까 좀 고민스럽다. Nine Dragons에서, the man with plan and mission이었던 해리 보쉬가 미국적 가족주의에 흠뻑 빠져 영화 taken의 주인공 마냥 날뛰는 것도 부담스러웠고 (아 세상에 가족적인 필립 말로우가 상상이나 되냐구요) 해리 보쉬 내부에서 무언가가 바뀌었다는 설정은 알겠는데, 어두컴컴한 터널안에서 헤매다 오직 한 개의 빛(미션)만을 쫓는 캐릭터였던 해리 보쉬가 딸한테 절절매는 아버지로 변모하는 건 너무 진폭이 커서 받아들이기 힘들고, 게다가 방식이 너무 미국적-할리우드적이어서 실소가 절로 나오고. Brass Verdict 쪽이 조금 나은데, 이전 작의 희생을 바탕으로 happily ever after로 성공적인 삶을 영위했었을 것만 같은 미키 할러가 또다시 인생을 말아먹었다는 게 조금 현실적인 부분이라 설정이 마음에 들었고, 은근슬쩍 엿보이는 소시민적 정의감도 마음에 들고. 아무튼, 해리 보쉬 실망이에요 코널리 아저씨. 이제 어쩔껀가요.

++ 티스토리 글쓰는 중에(10분도 안됐는데) 자꾸 로그인이 풀려서 못써먹겠음. 뭐 방법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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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unity

1월 1일 비행기를 타기 전에 면세점을 둘러보다 겔랑에서 립스틱을 하나 샀다. 편하게 바를만한 색을 찾던 터라 핑크 느낌이 거의 없는 누드를 골랐고(꽤나 까다롭게) 판매원의 꼬임에 넘어가서 로르(베이스 모이스처라이저)도 추가했다. 뭔가 그럴듯한 이유를 대면서 날 설득했던 것 같은데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대체 무슨 수로 날 꼬셨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날 산 로르는 아직 포장도 뜯지 않았고(요즘 쓰는 건 코스메 데코르테의 모이스처 리포좀인데, 뭔가 쓰면서 이렇게 만족해본 적이 없다. 흡수도 빠르고, 이거 단 하나만 써도 전혀 불편함이 없으며 위에 화장을 해도 들뜨는 법이 없는 갱장한 제품) 립스틱은 지난 주에 써볼까 해서 꺼내 포장을 벗겼더니 내가 그날 골랐던 제품이 아니다. 당황스럽게도 새빨간, 정말로 빨갛고 매트한 립스틱이 위압감 넘치는 자태를 보이는 게 아닌가. 핑크 느낌도 거의 없는 누드 립스틱이 맑은 빨강도 아니고 피처럼 붉은 립스틱으로 변신한 데엔 뭔가 사연이 있을텐데. 내가 그날 판매원을 좀 귀찮게 했던가 아님 둘 다 뭔가에 홀려서 마지막 순간 눈감고 아무거나 뽑아들어 쇼핑백에 넣었던가. 한참을 멍하니 립스틱을 이리 저리 살펴보다 다시 살며시 책상 서랍에 넣었다. 혹시 립스틱이 다시 누드색으로 변신하진 않을까 해서 다음 주 쯤 다시 한번 책상 서랍을 열어볼 생각. 정말이지, 뭐에 홀린 느낌이라니까. (마지막 순간에 지불하면서 제품 확인까지 했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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