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love, Elton John

2010.12.05 11:24 Tags » Elton John, I want love, Robert Downey Jr, 노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엘튼 존, 음악

Elton John - I Want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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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장면의 컷도 없이 롱테이크로 찍어낸 뮤직 비디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몇 번이고 했을테고. 덕분에 어울리지도 않는 아이언 맨도 두 편 다 봤다. 감상은? 아저씨 나한테 왜 이래요. 

애초부터 그토록 무기력하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고 굴복한 건 <앨리 맥빌>이 시작이었다. 정처없이 헤매던 시리즈의 구원자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더 이상은 참아줄 수 없겠다 싶었던 앨리 맥빌의 구원자이기도 했던 래리. 그러나 깊고 끝도 없는 수렁으로부터 드라마를 건져내줄 것만 같았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결국 그들을 더 깊은 수렁으로 차내버리는 역할을 하고 말았으니, 더 이상 드라마틱 할 수가 없었지. 아마도 예상했던 대로 앨리 맥빌과 래리의 해피 엔딩으로 이야기가 끝났다면 그저 그런 나이스 미들 왕자님 중 하나로 기억에 남고 말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았으니까. 그래서 그가 그 수렁을 또 다시 헤쳐나오는 그 시간을 다소곳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는 거다. 이제는 그의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커다란 눈동자조차도 캐릭터 상품화된지 오래라 예전처럼 눈빛만으로도 설레이는 건 아니지만 안보면 또 섭섭하고.. 그래서 나오면 보고 보고 또 보고 한 번씩 아저씨 나한테 왜 이래요 중얼거리고. 그게 나의 평범하고 뻔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토리. 

그래도, 가끔씩, 아주 가끔씩 여전히 '좋아하던 것'들과 마주치게 될 때가 있다. 이토록 그림자 하나 없이, 센티멘털한 느낌 없이 무겁게 내려앉은 뒷모습을 보게 되는 일은 흔치 않잖아. 익숙해진 눈빛에 실망한 채 이미 등을 돌리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어진달까. 

I can't love, shot full of holes 
Don't feel nothing, I just feel cold 
Don't feel nothing, just old scars 
Toughening up around my heart 

But I want love, just a different kind 
I want love, won't break me down 
Won't brick me up, won't fence me in 
I want a love, that don't mean a thing 
That's the love I want, I want love 

가사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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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The Man from Nowhere (2010)

2010.12.05 00:33 Tags » 김복남살인사건의전말, 김새론, 리뷰, 복수는나의것, 아저씨, 악마를 보았다, 영화, 원빈



자꾸 <복수는 나의 것> 이야기를 꺼내게 되서 민망하긴 한데, 이런 종류의, 화면 가득 뻘건 피를 뿌려대는 영화를 보고 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그 영화니까 어쩔 수 없지. <아저씨>는 <복수는 나의 것>이 그랬던 것처럼, 진저리나는, 가학적 폭력에의 거부감을 부채질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동안 <악마를 보았다>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같은 걸 보면서 그런 화면에 익숙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아무래도 근본적인 이유는 <아저씨>에 등장하는 폭력에는 내러티브가 전혀 없기 때문이지 싶은데. 그래서 아무리 잔인해져도, 온몸에 칼을 푹푹 꽂고 손목이나 입을 찢고 눈알이 굴러 다니는 어떤 장면들을 늘어 놓아도 관객의 공포심을 자극할 수 없다. 물론 피는 무조건 싫어요 타입은 제외. 

이 영화의 경우 문제는 폭력에만 내러티브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 이야기나 캐릭터의 구조도 총체적 난국이라 차라리 피 뿌리는 장면은 눈 뜨고 봐도, 태식이나 소미가 대사를 치기 시작하면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싶어진다. 영화를 보던 관객이 빠른 액션과 진행에 잠깐 넋 놓고 그러러니 넘어가는 건 괜찮다 쳐도, 만드는 사람들마저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리면 곤란하잖아. 부러 그랬다면 그건 매우 영리한 트릭이지만 어딜 봐도 그렇게 똑똑한 영화는 아닌지라 도저히 맘편히 보고 있을 수가 없다. 특히 대책도 없이 이미 떠난 차를 죽어라 쫓아 달려가다 놓치는 장면이 몇 번이고 반복되는 걸 보고 있자니 아 이게 바로 이 영화의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들더라니까. 답도 없고 길도 없지만 뛰던 길이니까 일단 뛰고 보자는 난감무쌍한 상황. 그러니 영화가 그렇게 밑도 끝도 없는 신파로 끝나는 게지. 

+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노파가 라면을 먹는 장면이다. 틀림없이 그건 다 식은 라면이었을 거야. 뜨거운 라면을 그렇게 잔뜩 입에 넣고 후루룩 빠르게 먹을 수 있을 리가 없다니까. 한 마디 덧붙이자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캐릭터도 그 노파다. 금방이라도 입이 새빨갛게 양옆으로 쭉 찢어진 채 뒤돌아 볼 것 같은 홍콩할매귀신의 이미지. 



  1. BlogIcon 2012.09.13 11:0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러게 왜 억지로 다 보셨어요 ㅠㅠ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2010.11.06 09:17 Tags » if nobody speaks of remarkable things, John McGregor, 글읽기,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독서, 소설, 존 맥그리거, 토요일아침

"요즘 받은 이메일은 모두, 미안, 많이 바빴어 하고 시작하는데, 우리가 정말 그렇게 바쁜 건지,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서로 할 말이 없는지 모르겠다." 

-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If nobody speaks of remarkable things, 존 맥그리거 


오랜만에 집어든 소설책. 참으로 오랜만이라 서술형태며 글의 양식조차 어색하게 느껴지는. 생각해보면 나는 요즘 참 많이 읽는데, 읽기 능력 자체는 성큼성큼 퇴보중이지 싶다. 맙소사. 



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 (2009)

2010.10.01 12:03 Tags » 500 Days of Summer, 500일의 썸머, 리뷰, 영화, 조셉 고든 래빗, 주이 드 샤넬


예전의 책 리뷰에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아마도 월플라워), 시대나 세대, 취향과 이슈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문화적 레퍼런스들을 주도적으로 사용하는 건 분명 장단점이 분명한 시도이다. 월플라워는 분명 실패로 끝났고, 반면 500일의 썸머에서 사용한 대량의 꼴라주는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굳이 구분하자면 차용 스타일의 문제. 영화 내에서 뒤죽 박죽 전개되는 시간의 흐름 때문에 이야기들이 종종 거칠게 끊어지거나 이어지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에피소드의 모서리들을둥글게 마모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음악, 책, 영화, 등등이다. 문화적 레퍼런스들이 오히려 허브 역할을 하면서 이야기의 향을 더해 기억하기 쉽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도 장점. 시간이 아무리 뒤섞여있어도 덕분에 덜 헷갈리게 되고. 게다가 500일의 썸머는 레퍼런스를 대량 차용한 영화들이 종종 빠지기 쉬운 '함몰'의 함정을 영리하게도 잘 피해갔다는 점이 더욱 돋보인다. 

나머지 스타일은 특기할 만한 게 없다. 오히려 재기발랄하다 여겨지는 어떤 신들은 이상하게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느껴져서 곰곰 생각해보니 예전 이명세 영화들이 떠오르고.   

내용에 대해선 별 할 말이 없으나, 마치 봄날은 간다가 그랬던 것처럼 일종의 성장 영화인 양 마무리된 점은 아쉬웠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아무리 달콤했건 끔찍했건, 지나간 사랑/연애로부터 배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라. 톰도 썸머도 말하듯 사랑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니까. 톰이 사직을 고하면서 울부짖은 그 대사들은, 모두 맞다. 아무리 비슷한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도, 아무리 감정 이입을 해려고 애써봐도 카드의 문구나 영화, 음악 등등에서 내 마음을 그대로 비추는 '정답'을 찾을 순 없는 거. 그걸 지나간 사랑에서 찾을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   

아, 마지막 이별의 순간에 행복을 빌어주는 거. 진심일까? 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잘되길 바란다고, 행복을 빌어줄 순 있지. 내가 행복을 빌어준다고 그 사람이 나쁜 놈이 아닐 리 없고, 그 사람이 나쁜 놈이라고 해서 꼭 접시물에 코박고 죽으라는 심정이 되리라는 법은 없으니까. 넌 나쁜 놈이지만, 그래도 잘 살아라 정도로 타협할 수 있을 거라 생각. 







  1. BlogIcon in사하라 2010.10.01 15:1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허허 이거 엄청 신기한데요?ㅎ
    예전에 이름만 들어서 알고있다가
    오늘 갑자기 생각이나서 다운 받아 봤는데, 이렇게 리뷰를 딱 보게 되네요~ㅎ

  2. BlogIcon Kenny Dalglish 2010.10.02 00:5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500일의 썸머 좋은 영화죠~
    전 남자 입장에서 정말 공감 많이 하면서 봤어요.
    그러면에서 여기서 조셉 고든 래빗이 조금 찌질하게 나오는데 현실의 저도 그러지 않나 싶은 ;;;;
    그런데 뭐 다 비슷하지 않나요 ㅎㅎ
    여기서 주이 드 샤넬도 정말 예쁘게 나오고, Carla bruni랑 Regina spektor 같은 유명한 분들 노래가 나오니까 전 보면서 신기하더라구요 ㅋ

2010 시즌을 마감하며

2010.09.26 11:40 Tags » LG Twins, 그러나 난 한 마리 노예일 뿐, 빅파이, 시즌 마감, 엘지 트윈스, 오늘도 졌다





그러니까,
시즌 초부터 신임 감독이 빅파이빅파이하는데 손발이 오글오글하면서 등골이 서늘하더라구 웬지. 
결국 그놈의 빅파이 타령하다 시즌이 끝났네.  
꼭 배운 게 있었던 한 시즌이었길 바래요.

 

Beneath The Rose / Micah P Hinson

2010.08.30 13:52 Tags » beneath the rose, Micah P Hinson, 음악


장미덤불 아래 홀로,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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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트 가드너 The Constant Gardener (2005)

2010.08.30 00:16 Tags » 레이첼 바이즈, 레이프 파인즈, 리뷰, 영화, 존 르 카레, 콘스탄트 가드너




내가 <콘스탄트 가드너>를 한동안 그렇게 좋아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결국 어떠한 흠결도 찾기 힘든 형태의 사랑을 갈구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였고, 둘째, 그토록 섬세하게 흐르는 배우들의 표정과 연기를 단 한 순간의 흔들림도 없이 담아냈기 때문이며, 마지막으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완벽한 마지막 대사와 엔딩크레딧의 음악 때문이었다. 

레이첼 바이즈의 연기는 꽤 진폭이 크지만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몇몇 장면들을 만들어냈으며, 레이프 파인즈의 연기는 매우 고르고 잘게 다져진 가운데 아주 종종 무거운 한숨을 내쉬지 않고서는 쉽게 넘어갈 수 없을만치 무거운 힘을 과시하곤 한다. 거의 모든 대사와 전체 스토리의 구성이 꽤나 좋은 편인데 반해 이야기 전체를 받치는 미스터리의 구조가 살짝 헐거운 것이 제일 눈에 띄는 단점. 음악은 전반적으로 매우 훌륭하다. 


  1. hdachi 2010.08.30 01:5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제일 최근에 본 존 르 카레의 글은 사전만한 셜록 홈즈 주석서에 쓴 추천사였던...

  2. BlogIcon 2012.09.13 11:0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는 이 글 보고 미지님이 영화광이신 줄 알았어요. 죄송해요.

더크 젠틀리 시리즈

2010.08.29 09:17 Tags » 더글라스 아담스, 더크 젠틀리 시리즈,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 사무소, 리뷰, 소설, 영혼의 길고 암울한 티타임,
더크젠틀리의성스러운탐정사무소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SF소설
지은이 더글러스 애덤스 (이덴슬리벨, 2009년)
상세보기

영혼의길고암울한티타임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더글러스 애덤스 (이덴슬리벨, 2010년)
상세보기


알고 산 건 절대 아니고, 올해 초부터 봐야지 했던 책인데 이래저래하다보니 여기까지 들고 와서 읽어 보니 주구장창 나오는 동네가 내가 사는 동네다. 꾸역꾸역 막히는 펜톤빌 로드라든가, 차고 넘치는 부동산중개업소에 관한 얘기라든가.. 내가 종종 지나다니는 공원 얘기도 나오고, 그래서 의외의 재미가 있었다는 거 빼곤 그다지 장점이 보이지 않던 책. 시리즈 두 번째, 영혼의 길고 암울한 티타임이라는 책은 번역된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첫번째 시리즈가 실망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읽었는데 이거 원.  비슷한 분위기에 삶에 지친 북구신들이 나오는 작품으로 닐 게이먼의 <신들의 전쟁>이 떠올랐다. 물론 결국 하고자 하는 얘긴 매우 다르지만. 소소한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굳이 남들에게 빌려주고 싶은 책은 아니랄까. <마지막 기회>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사기를 권했는지를 생각해보면 더더욱. 


Michael Connelly

2010.02.07 16:29 Tags » Brass Verdict, Harry Bosch, Michael Connelly, Nine Dragons, 리뷰,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마이클 코널리, 미국식 영웅주의와 미국식 가족주의 중 더욱 밥맛인 것은?, 미키 할러, 소설, , 해리 보쉬, 해리 보쉬 시리즈


도착한 이래로 소설을 두 권 읽었는데 두 권 모두 마이클 코널리의 작품이었다. 처음 건 미키 할러가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이래로 다시 주인공으로 등장한 Brass Verdict, 두번 째 건 해리 보쉬 시리즈인 Nine Dragons. 이제 Scarecrow인가 하는 작품만 보면 출판된 작품은 다 읽는 셈인데, 마지막 건 볼까 말까 좀 고민스럽다. Nine Dragons에서, the man with plan and mission이었던 해리 보쉬가 미국적 가족주의에 흠뻑 빠져 영화 taken의 주인공 마냥 날뛰는 것도 부담스러웠고 (아 세상에 가족적인 필립 말로우가 상상이나 되냐구요) 해리 보쉬 내부에서 무언가가 바뀌었다는 설정은 알겠는데, 어두컴컴한 터널안에서 헤매다 오직 한 개의 빛(미션)만을 쫓는 캐릭터였던 해리 보쉬가 딸한테 절절매는 아버지로 변모하는 건 너무 진폭이 커서 받아들이기 힘들고, 게다가 방식이 너무 미국적-할리우드적이어서 실소가 절로 나오고. Brass Verdict 쪽이 조금 나은데, 이전 작의 희생을 바탕으로 happily ever after로 성공적인 삶을 영위했었을 것만 같은 미키 할러가 또다시 인생을 말아먹었다는 게 조금 현실적인 부분이라 설정이 마음에 들었고, 은근슬쩍 엿보이는 소시민적 정의감도 마음에 들고. 아무튼, 해리 보쉬 실망이에요 코널리 아저씨. 이제 어쩔껀가요.

++ 티스토리 글쓰는 중에(10분도 안됐는데) 자꾸 로그인이 풀려서 못써먹겠음. 뭐 방법 없나요.

  1. acala 2010.02.12 03:5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메모장에 쓰고나서 붙여...

    • BlogIcon Munity 2010.02.19 21:0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그러고 보면 확실히 메모장에 글을 써서 올리던 시절이 있기도 했죠. 그치만 티스토리가 천리안은 아니잖아!

마더 Mother (2009)

2009.11.14 17:18 Tags » 김혜자, 리뷰, 마더, 봉준호, 영화


스포일러 주의.


1. <마더>는 배우 김혜자에게 온전히 바쳐진 영화이다. 이건 봉준호 감독이, 배우 김혜자를, 수십년 간 연기자로서 쌓아온 이미지와 캐릭터 뿐 아니라 눈과 코, 입, 손을 비롯한 김혜자의 모든 것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섬세하게 베껴내어 만들어낸 영화라는 의미이다. 감독은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러닝타임 내내, 배우 김혜자를 복제하고 압축하고 과장하고 해체하여 관객 앞에 내놓는다. 온전히, 김혜자만. 그러니까 이 영화의 성공 조건은 과연 (원빈마저도 눈이 사슴 같다는 것 외엔 안중에도 없는) 감독이 배우 김혜자를 경외한 만큼, 관객들도 그러하도록 만들 수 있는가에 있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2. <살인의 추억>에서 봉준호 감독이 그려냈던 '강간의 왕국'은 <마더>에서 '원조교제의 온상'으로 거듭났다. 댓가는 쌀. 먹고 사는 문제다.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으랴. 그러나 체홉의 말처럼, 이미 등장한 총은 발사되어야 하니, 돌 역시 던져질 뿐. 헌데 실상 그 돌에 맞아야 했던 건 누구일까. 바보라 그러는 사람들 가만두지 말라고 배운 그 애일까. 공양미 삼백석도 안되는 쌀에 몸을 팔고선 그저 다 지겹고 싫었던 그 애일까. 먹고 사는 문제를 볼모삼아 그 애를 착취한 그들은 밤새 발 뻗고 잘도 자겠건만.

3. 뭐라더라. 다 잊게 해주는 침 자리를 안다고 하시던가. 슬픈 일도 맺힌 일도 아픈 일도 다 잊게 해주는, 그런 침 자리를 아신다던가. 엄마 손은 약손이라 그 침 자리야말로 그저 엄마만이 줄 수 있는 위안일테지만 엄마 없는 종팔이는 어쩌지. 그러니까 봉준호 감독은 역시 빠져나갈 구멍, 그런 희망을 남겨놓는 사람이 아니다. 아무도 아무것도 잊지 못할 것이다. 다 잊고 다 털고 근심없이 꽃밭으로 노닐러 가려거든 그런 침 자리 따위 아무 소용 없지, 좀 더 센 농약 탄 박카스라면 몰라도.


  1. BlogIcon 2009.11.19 14:1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랜만의 업데이트시네요. 방금 전에 G메일 들어갔다가 잠깐 녹색불로 비치시더니 언뜻 또 없어지셔서 아쉬웠어요.. 얼마전에 라임꽃차를 마시고 라미엘님이 겨울기차 창밖의 불빛처럼 생각났어요. 그나저나 언제나 라미엘님의 보고들은것은 너무 아립니다, 체인즐링도 이 마더도요..

  2. kazz 2009.11.20 03:0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난 원빈의 영화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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