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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4 해프닝, The Happening (2008)

해프닝, The Happening (2008)

2008.10.14 03:07 Tags » , , , ,


(왼쪽부터 마크 왈버그, 애슐린 산체스, 조이 데샤넬)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나도 잘 모르지만"을 올곧게 밀어부치는 영화. 심각한 재난이 발생하고 사람들은 공황에 빠지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절규하지만 해답을 줄 수 있는 이는 어디에도 없고, 원인을 모르니 결과를 예상할 수도 없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상황. 이런 설정의 재난 영화들이 곧잘 다루는 건 그런 상황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의 대응을 통해 인간 내면을 살피거나, 재난의 일면을 상세하게 다뤄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상황을 해결하면서 갈등을 해소해주는 내러티브인데 이 영화 해프닝은 그 어느 쪽에도 가깝지 않다. 일단 잘 모르니까 어디든 깊이 들어갈 수가 없는 거지. 그래서 겨우 80분밖에 되지 않는 상영 시간의 반이 흘러가는 동안 줄곧 이렇게 죽고 저렇게 죽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실험을 통해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비교군과 대조군을 보여주고 이에 주인공 엘리엇이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가설을 살짝이나마 검증해내는 순간 영화의 톤이 바뀐다. 아무것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행동을 주저하며 알고자 애쓰는 주인공 일행이 잘 모르는데다가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까지 인정하지 않는 사람의 폭력(무지가 불러오는 폭력)과 마주하고 절망하며, 전혀 알고자 하지 않는, 자기 손에 닿는 세상 외 모든 것을 외면하는 사람(고립의 광기)들을 거쳐가며 '행동'을 결정하는 방향으로. 엘리엇과 알마가 결국 행동하는 건, 주변의 상황이야 뭐가 뭔지 모르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본인들에게 필요한 것, 원하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이다.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유일한 진실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순간. 여기까지 오면 겨우 그걸 보여주려고 그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거냐 싶은 마음에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개인사적 드라마와 사회적 드라마가 교차하는 지점에 굉장한 의미를 담고 거창해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게 잘 되면 자자손손 좋은 영화란 평가를 받기도 하는 거고. 그러니까 해프닝은 범작에 그치긴 했어도.. 짧다는 건 정말이지 대단한 미덕이다. 그렇게 짧은데 그만하면 됐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