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2010.09.13 21:09 Tags » , , ,

6시까지 도서관에서 자리를 지키다 더 늦으면 집에 가기 싫겠다는 생각이 들어 꾸물쩍 일어나 길을 나섰더니 금새 촉촉하게 한 두 방울 비가 휘감긴다. 그래 어째 한동안 쨍쨍하다 했지, 비가 올 때가 되었지. 지난 주에 끓인 고등어찌개를 다 해치운 참이라 저녁을 뭘 먹을까 곰곰 생각하면서 어깨가 무너질 것 같은 가방을 추스리고 타박타박 걸어 기숙사까지 왔는데 이걸 어째, 엘리베이터가 고장일세. 어쩌긴 뭘 어째 걸어 올라가야지. 

플랏에 들어서니 돼지고기 굽는 냄새가 한창이다. 뭔가 싶어 고개를 쓱 넣어 물어보니 간장에 졸인 달짝지근한 포크립을 만드는 중이라는 옆방 중국 아가씨. 간장 향기를 맡으니 웬지 의욕이 생겨서 냄비에 물 붓고, 다시마 한 두장 넣고 말린 표고버섯도 넣고 불을 올린 후 방에 들어섰다. 그다지도 무거웠던 가방을 내려놓으러. 손만 씻고 금방 돌아가서 호박, 두부, 양송이를 종종 썰어 물에 빠뜨리고 된장에 고추장을 살짝 섞어 풀풀 끓인 막된장찌개 완성. 막판에 양파도 안넣었구나 싶었는데 뭐 어때, 들척해지지 않고 좋지. 아무래도 여럿이 쓰는 주방이니 냄새가 신경쓰일 수 밖에 없는데, 간장에 졸이는 돼지고기 냄새가 된장 냄새를 압도해준 덕에 별 신경도 쓰지 않고 한 끼 해치웠다. 

아아, 그리하여 요리는 점점 쉬워지건만 공부는 점점 어려워지기만 한다는, 어느 월요일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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