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 (2009)

2010. 10. 1. 12:03 Tags » , , , , ,


예전의 책 리뷰에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아마도 월플라워), 시대나 세대, 취향과 이슈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문화적 레퍼런스들을 주도적으로 사용하는 건 분명 장단점이 분명한 시도이다. 월플라워는 분명 실패로 끝났고, 반면 500일의 썸머에서 사용한 대량의 꼴라주는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굳이 구분하자면 차용 스타일의 문제. 영화 내에서 뒤죽 박죽 전개되는 시간의 흐름 때문에 이야기들이 종종 거칠게 끊어지거나 이어지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에피소드의 모서리들을둥글게 마모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음악, 책, 영화, 등등이다. 문화적 레퍼런스들이 오히려 허브 역할을 하면서 이야기의 향을 더해 기억하기 쉽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도 장점. 시간이 아무리 뒤섞여있어도 덕분에 덜 헷갈리게 되고. 게다가 500일의 썸머는 레퍼런스를 대량 차용한 영화들이 종종 빠지기 쉬운 '함몰'의 함정을 영리하게도 잘 피해갔다는 점이 더욱 돋보인다. 

나머지 스타일은 특기할 만한 게 없다. 오히려 재기발랄하다 여겨지는 어떤 신들은 이상하게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느껴져서 곰곰 생각해보니 예전 이명세 영화들이 떠오르고.   

내용에 대해선 별 할 말이 없으나, 마치 봄날은 간다가 그랬던 것처럼 일종의 성장 영화인 양 마무리된 점은 아쉬웠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아무리 달콤했건 끔찍했건, 지나간 사랑/연애로부터 배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라. 톰도 썸머도 말하듯 사랑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니까. 톰이 사직을 고하면서 울부짖은 그 대사들은, 모두 맞다. 아무리 비슷한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도, 아무리 감정 이입을 해려고 애써봐도 카드의 문구나 영화, 음악 등등에서 내 마음을 그대로 비추는 '정답'을 찾을 순 없는 거. 그걸 지나간 사랑에서 찾을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   

아, 마지막 이별의 순간에 행복을 빌어주는 거. 진심일까? 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잘되길 바란다고, 행복을 빌어줄 순 있지. 내가 행복을 빌어준다고 그 사람이 나쁜 놈이 아닐 리 없고, 그 사람이 나쁜 놈이라고 해서 꼭 접시물에 코박고 죽으라는 심정이 되리라는 법은 없으니까. 넌 나쁜 놈이지만, 그래도 잘 살아라 정도로 타협할 수 있을 거라 생각. 







  1. BlogIcon in사하라 2010.10.01 15:1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허허 이거 엄청 신기한데요?ㅎ
    예전에 이름만 들어서 알고있다가
    오늘 갑자기 생각이나서 다운 받아 봤는데, 이렇게 리뷰를 딱 보게 되네요~ㅎ

  2. BlogIcon Kenny Dalglish 2010.10.02 00:5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500일의 썸머 좋은 영화죠~
    전 남자 입장에서 정말 공감 많이 하면서 봤어요.
    그러면에서 여기서 조셉 고든 래빗이 조금 찌질하게 나오는데 현실의 저도 그러지 않나 싶은 ;;;;
    그런데 뭐 다 비슷하지 않나요 ㅎㅎ
    여기서 주이 드 샤넬도 정말 예쁘게 나오고, Carla bruni랑 Regina spektor 같은 유명한 분들 노래가 나오니까 전 보면서 신기하더라구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