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의 꿈

2008. 10. 23. 01:14 Tags » , , , ,

꿈에 베네치아에 가 있었다. 동생과 단 둘이 쑥덕쑥덕하다가 부모님께는 얘기도 안하고 홀랑 비행기에 타버렸다. 짐도 가볍게 배낭 하나씩만 꾸리고서. 이제는 역 앞 풍경이 제법 익숙한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 앞에 내려 수상버스를 잡아타고 세 정거장 쯤 가서 뭔가 아는 듯이 신나게 내렸다. 조금 걷다가 왼쪽으로 돌아드니 유스호스텔 입구. 동생이랑 잠깐 분위기며 생김새를 구경하다가 이인실 방이 좁긴 해도 깔끔한 이층 침대에 컴퓨터도 있는 걸 발견하고(응?) 카운터로 가서 이인실 방 가격을 물었다. 이인실은 일인당 이십 삼 유로 정도. 세상에, 그 가격에 이렇게 깨끗한 방이라니. 당장 돈을 지불하려는데 이름을 묻는다. 성은 리, 아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많은 성이라 잘 알아요,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당연히 교회를 다니죠, 라는 질문이 느긋하게 던져진다. 나는 어물쩡어물쩡 넘기려는데 문득 돌아보니 분위기가 살짝 묘하다. 십자가도 걸려있고, 사람들 분위기도 웬지 경건하고.. 그리고 어디선가 머리가 희끗하신 아주머니 한 분이 나오셔서 한국어로 내게 어서오세요 말을 건넸다. 어디서 오셨나요, 잘 왔어요, 반가워요 우리 같이 찬송이나 한 곡 불러요, 라며 바로 웬지 익숙하긴 한데 가사를 모르는(당연하지) 노래를 불러제끼신다. 나는 황망히 어물어물하다 거기서 꿈은 흐지부지.  

꿈이란 그런거지. 어제 이탈리아에 가고 싶다 그랬더니 베네치아 꿈을 꿨던가. 사진은 작년 가을의 베네치아(contax i4r). 그나저나 교회는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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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octor 2008.10.23 04:4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나님께서 기다리신다고 하더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