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The Man from Nowhere (2010)

2010.12.05 00:33 Tags » , , , , , , ,



자꾸 <복수는 나의 것> 이야기를 꺼내게 되서 민망하긴 한데, 이런 종류의, 화면 가득 뻘건 피를 뿌려대는 영화를 보고 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그 영화니까 어쩔 수 없지. <아저씨>는 <복수는 나의 것>이 그랬던 것처럼, 진저리나는, 가학적 폭력에의 거부감을 부채질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동안 <악마를 보았다>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같은 걸 보면서 그런 화면에 익숙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아무래도 근본적인 이유는 <아저씨>에 등장하는 폭력에는 내러티브가 전혀 없기 때문이지 싶은데. 그래서 아무리 잔인해져도, 온몸에 칼을 푹푹 꽂고 손목이나 입을 찢고 눈알이 굴러 다니는 어떤 장면들을 늘어 놓아도 관객의 공포심을 자극할 수 없다. 물론 피는 무조건 싫어요 타입은 제외. 

이 영화의 경우 문제는 폭력에만 내러티브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 이야기나 캐릭터의 구조도 총체적 난국이라 차라리 피 뿌리는 장면은 눈 뜨고 봐도, 태식이나 소미가 대사를 치기 시작하면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싶어진다. 영화를 보던 관객이 빠른 액션과 진행에 잠깐 넋 놓고 그러러니 넘어가는 건 괜찮다 쳐도, 만드는 사람들마저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리면 곤란하잖아. 부러 그랬다면 그건 매우 영리한 트릭이지만 어딜 봐도 그렇게 똑똑한 영화는 아닌지라 도저히 맘편히 보고 있을 수가 없다. 특히 대책도 없이 이미 떠난 차를 죽어라 쫓아 달려가다 놓치는 장면이 몇 번이고 반복되는 걸 보고 있자니 아 이게 바로 이 영화의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들더라니까. 답도 없고 길도 없지만 뛰던 길이니까 일단 뛰고 보자는 난감무쌍한 상황. 그러니 영화가 그렇게 밑도 끝도 없는 신파로 끝나는 게지. 

+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노파가 라면을 먹는 장면이다. 틀림없이 그건 다 식은 라면이었을 거야. 뜨거운 라면을 그렇게 잔뜩 입에 넣고 후루룩 빠르게 먹을 수 있을 리가 없다니까. 한 마디 덧붙이자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캐릭터도 그 노파다. 금방이라도 입이 새빨갛게 양옆으로 쭉 찢어진 채 뒤돌아 볼 것 같은 홍콩할매귀신의 이미지. 



  1. BlogIcon 2012.09.13 11:0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러게 왜 억지로 다 보셨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