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008. 4. 19. 06:35 Tags » , , , ,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단 한번도 지하철을 좋아해 본 일이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땐 비록 언제 올지 모르고, 종종 도로 위에 죽치고 앉아 꾸물꾸물 가는 양 마는 양 하는 일이 있어도 가능하면 버스를 선택하는 편이다. 어차피 버스를 타건 지하철을 타건 뭔가 집중해서 읽거나 보는 일은 불가능하고, 멀미도 잘 하지 않는 나로서는 창밖을 흐르는 이미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쪽이 훨씬 견딜 만 하니까. 물론 그보다 좋은 건 직접 운전을 하는 거다. 뇌의 한 편은 습관적으로 할 수 있는 몇 가지 행동과 상황 판단을 담당하고 나머지 부분은 한없이 떠도는 몇 가지 상념들을 붙잡아다 조물거려본다. 대부분의 경우 그 생각들은 결국 넌 정말 한심하다는 쪽으로 흘러가기 마련이지만 가끔은 괜찮은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있고, 오히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보다는 나은 결과를 얻곤 한다.

다시 지하철로 돌아가서.

지하철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몇 개라도 댈 수 있지만 오늘 이야기할 건 조명에 관한 거다. 자연광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의 불편함. 형광등이 구석구석을 밝히는 지하철 한 량, 20평의 공간은 사람이 많거나 적거나 한없이 협소하고 답답하다. 그 불빛 아래 사람들 역시 뭔가 전부 까발려진 양 움츠러들고 불안해진다.

증거를 얻고 싶다면 날 좋은 오후 2시쯤 보정으로 향하는 지하철 분당선을 타 보시길. 지하철이 오리를 지나 슬슬 지상으로 향할 때 슬그머니 지하철 안으로 스며드는 햇살에 주목. 할아버지 팔에 매달린 강아지나 시끌벅적한 안부를 나누는 사람들이 없어도 충분히 따뜻하고 행복할지 모른다.


(사진은 TC-1, Velvia 50)

'일상사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씨  (4) 2008.05.28
청소  (12) 2008.05.25
공항  (0) 2008.05.08
좋은 아침  (1) 2008.04.21
지하철  (2) 2008.04.19
잡담 01  (2) 2008.04.11
  1. BlogIcon hey 2008.04.21 02:5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난 순전히 기술적인 이유로, 지하철을 좋아해요.

  2. BlogIcon jools 2008.04.21 05: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hey / 그것도 상당히 현명한 거 같아요. 지하철 싫어해봤자 얻는 거라곤 지각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