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2008. 5. 28. 03:15 Tags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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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급히 처리할 일이 있어 일찍 일어날 계획이었다. 눈은 제시간에 떴고 잠깐 딴 생각을 하다가 곧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는데, 뭔가 께름칙한 생각이 든다. 날이 답지 않게 시원하기도 하고, 계절과 시간이 맞지 않게 어둑하기도 하고. 그래서 뒤돌아보니 창밖으로 비가 신나게 내리고 있네.

기세로만 봐선 벌써 장마인가 싶을 정도로 머뭇거림 없이 곧고 빠르게 쏟아지는 빗줄기들. 이젠 열 네살 소녀가 아니라 비를 맞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여전히 비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건 마음이 쉽사리 행복해지는 일 중 하나다. 아, 요즘은 비오는 날 운전하는 것도 좋아한다. 비가 오는 날은 차가 살짝 막혀도 알게 모르게 마음이 흐뭇하잖아. 들이치지 않을 정도로만 창문을 열어두면 평소의 밀도높은 매연 대신 비릿한 물냄새가 차오르는 것도 좋다. 하긴 이거야 비오는 날 운전하다 미끄러져 본 적이 없어 하는 말일거다.

그래서.. 지금 하던 일도 마다하고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가 하면, 당신 마음에 담아둔 비오는 날의 기억은 몇 개인가요, 하는 것.

열 네살의 7월 어느 일요일, 기말고사 준비를 하겠답시고 친구와 교실에 앉아 농담따먹기를 하다 벚나무가 푸르게 우거진 교정 앞뜰로 뛰쳐나가 온 몸이 다 젖도록 비를 맞으며 뛰어다녔던 일이라던지(비맞으면 시원하겠다 말고 딱히 그럴 이유가 없었다), 열 일곱 막 가을로 접어들던 즈음 추적추적 내리던 비에 다들 살풋 젖어 쉰냄새를 풍기던 66-1번 버스에서 내린 밤 자작한 빗소리에 섞여 등 뒤에서 들려오던 머뭇대는 발자국소리. 전북대 앞 동동주집에서 밤새 돌고 돌던 술잔, 아무리 술잔이 돌아도 나즈막한 음악소리보다 더욱 세차게 들려오던 빗소리. 2006년 여름, 틈만 나면 걸터앉아 바닥에 고여 흐르는 빗물을 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냈던 회사 건물 입구엔 1층 레스토랑 식구들의 담배연기가 비 냄새와 함께 흘러들곤 했지.

드문드문 끄적대는 사이 비가 그쳤네. 그치만 곧 쨍쨍한 여름이 올거고 장마도 시작될거다. 올해는 수해 안 날큼만 많이, 시원하게 왔으면 좋겠다. 태풍 말고 비만 와주면 안될까.

(사진은 2006년 여름 남산타워-이름을 바꿨는데 뭔지 모르겠음, 이날도 곧 비가 오려는 양 한껏 찌푸리더니 결국 날씨가 축축해졌다. 음악은 엄정화 노래, 윤상 작곡의 '지금도 널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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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narsil 2008.05.28 08:0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n서울타워일듯. 사진 참 잘 찍었네.

  2. hdachi 2008.05.29 02: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초딩 1학년 때 학교 안뜰에서 맞았던 소나기. 소년중앙류 때문에 미래에는 이렇게 비 맞고 못 다닐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던 기억이 새록.
    비교적 최근 걸로 하나 더 있지만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