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여행할 권리, 김연수

2008. 7. 10. 04:09 Tags » , , , , ,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연수가 줄곧 되묻고 답하는 건 문학의 국경은 어디에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그 국경을 넘어가 여행을 떠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책의 첫머리에 국경이 없는, 어떻게 해도 배신자가 아닌 채 국경을 넘어갈 수가 없는 현실을 지적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선에서 어디엔가 존재할 지 모르는, 그러나 어떻게 넘어야 할지 모를 국경을 탐색하고 있으며, 이어 과연 국경의 안과 밖이 어디인지 고심한다. 바깥이 없다면 넘어가야 할 국경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므로. 또한 국경을 넘으며 배신할 것도, 잃을 것도 없을 거니까.

사실 김연수의 이 질문들을 보면서 국내문학의 흐름을 놓친 지가 너무 오래되어 우리 문학의 국경이 어디쯤 존재하는지, 다들 무엇을 넘어 어디로 향하는지 전혀 인지하고 있는 바가 없다는 게 제법 아쉽게 느껴지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문제의식의 뿌리가 어디쯤 묻혀 있는지 잘 감이 오지 않는달까, 혹은 왜 이리 답이 뻔한 문제를 구태여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아다닐 핑계로 삼은 걸까 싶은 사소한 불만도 얹어서. 그치만 김연수의 글맛이 제법이라, 그의 질문과 대답이 다소 불만족스럽다 하더라도 읽기를 그만둘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만두긴 커녕, 중간에 쉽사리 책을 놓을 만한 마음이 들지 않는걸. 어떤 걸 써도 이 사람은 쉽고 분명하며 재미나게, 젠체하지 않고 맛깔스럽게, 쫀득쫀득하게 잘 쓴다.

결국 중국으로, 미국으로, 일본으로, 독일로 떠돌던 김연수는 뭔가를 찾아 영구 운동하지 못하는 문학, 영구 망명을 꿈꾸지 않는 문학은 좋은 문학이 될 수 없다, 고 선언하며 그 어떤 경계에도 갇히지 않는 문학(그 경계선 주변에서 경계선을 조금씩 온몸으로 밀어대는 자의 문학)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답이다. 누가 들어도 언제든 어떤 부분에선 조금쯤 수긍할 수 있는,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가치지향적인 답변. 이런 답변을 자신있게 써서 남들에게 말할 수 있는 작가라면 이상처럼 영영 자신의 꿈을 잃어버린 채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른 채 비칠대며 암흑 속에서 희망을 잃진 않겠지. 그러므로 나는 내내 지켜볼 것이다. 김연수의 다음 책이 향하는 곳을. 앞으로 그가 원하고 찾던 그런 문학을 향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1. BlogIcon hey 2008.07.11 01: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앗, 새 글이다.

  2. acala 2008.07.11 03: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심야 납량특집을 보고 있다가 비명문자를 받으면 누구나 놀랠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