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잡담'에 해당되는 글 46건

  1. 2008.12.20 모든 것이 샤방샤방 (6)
  2. 2008.11.06 미 대선에 즈음하여 (2)
  3. 2008.10.29 이 드높은 가을 하늘 아래 (3)
  4. 2008.10.23 베네치아의 꿈 (1)
  5. 2008.10.20 과일, 더 루시 파이 (2)
  6. 2008.10.07 안하던 일 하면 (1)
  7. 2008.07.16 다래끼 (2)
  8. 2008.07.11 젤로 (4)
  9. 2008.07.03 사진 (4)
  10. 2008.07.03 근황

모든 것이 샤방샤방

2008. 12. 20. 01:30 Tags » 더스크 워치, 산행, 연말 격무, 키보드 재앙

새벽부터 일어나서 작업을 하고 숨 좀 돌리자고 물을 마시다 키보드에 쏟았다. 다행히 노트북은 아니다. 포토샵이 필요해서 아예 노트북으로 작업을 할까 하다가 파일 옮기는 게 귀찮아서 관둔 게 얼마나 다행인지. 키보드를 흔들어 안쪽으로 스며 들어간 물을 애써 빼내고 있는데 밖에 틀어놓은 TV에서 모든 것이 샤방샤방~ 이란다. 참 좋겠다 샤방샤방.

요즘 아침마다 산에 오른다. (그래봐야 일주일 살짝 넘었다) 누구나 경로우대코스라고 홀대하는 곳이라 산이라 이름 붙이기도 뭐하지만 나름 이름도 있고, 왕복 6km 코스에 적당히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르막이 있는 곳이다. 이 정신 없는 와중에도 하루 두 시간씩 꼬박 오르내렸는데, 이제야 살짝 길도 눈에 익고 다리도 익숙해져서 거의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여전히 호흡은 통제 불가라 온 산이 떠나가라 헉헉대지만 다리가 쉼 없이 움직여주는 것만으로도 사실 매우 뿌듯하다. 일주일만에 십 이분 쯤 단축한 터라 조금만 더 하면 한시간 사십분 쯤에 왕복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직 요원한 일이긴 하다.

새로 출간된 <더스크 워치>는 <나이트 워치>에서 바로 이어지는 장편소설에 가깝다. 조금 더 스펙터클해졌고 주제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만 촌스럽지는 않다. 주인공들이 매력이 없다는 점이 좀 유감인데, 킹왕짱 세기만 한 스베타나 결벽적이고 강박적인 안톤보다는 심정적으로 아리나나 보리스 이그나예비치를 지지하고 응원하게 된다. 특히 새로 등장한 아리나가 참 괜찮은 캐릭터. 등장부터 퇴장까지 아리나의 주변엔 러시아 동화나 우화의 분위기가 강하게 맴도는 게 좋다. 동화적인 게 오히려 사변적으로 붕 뜬 <더스크 워치>를 현실과 맞닿게 이어주는 느낌도 있고.
 
너무 놀았다. 돌아가야지. 모두들 즐거운 연말.



+생각난 김에 자랑



<더스크 워치>랑 몇 권 함께 주문했더니 연말 선물이라고 알라딘에서 컵을 보냈다. 깔끔하고 가벼운 머그컵. 공짜라 더욱 좋지만 커피 두어 잔 마셨다고 벌써 커피 때가 묻었다. 내년에도 함께 해요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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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cala 2008.12.22 01: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런... OTL

  2. BlogIcon hey 2008.12.22 05: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도 알라딘빤데 어떻게 된거야 ㅠ.ㅠ 나한텐 기껏 달력이나 하나 주고

  3. 2008.12.31 22:1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미 대선에 즈음하여

2008. 11. 6. 03:16 Tags » A DANCE WITH DRAGONS, George R R Martin, 기다리고 있어요, 얼음과 불의 노래, 오바마

어제 하루종일 온 미디어를 떠들썩하게 만든 오바마 당선 소식을 지켜보며 내가 떠올렸던 건 당연히 마틴 어르신이었다. 드디어 얼음과 불의 노래 다음 권을 기대해도 되는 건가 하고. 그래서 한달음에 어르신 블로그로 달려갔더니 어제 날짜로 올라온 포스팅에는 이런 음악이 달려있다.

 
마틴 어르신은 예전부터 공공연하게 오바마 지지를 표현해왔고, Books for Obama 같은 행사에도 참여했을 뿐 아니라 블로그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도 하셨으니 어제 결과에 대해서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누리실 법 하다. 진심으로 축하 인사를 전하고 싶고. 그러나 A DANCE WITH DRAGONS를 기다리는 독자 입장에서 블로그를 한참 돌아본 결과, 치워버려야 하는 건 부시만이 아니었다는 거. NFL 어쩔꺼야....

당연한 얘기지만 마틴 어르신이 블로그에 정치나 NFL이나 책이나 영화에 관한 포스팅을 올리면 새 시리즈를 목빼고 기다리는 독자들은 마틴 어르신이 신작 말고 다른 데 관심을 기울이느라 그런 게 틀림없다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불만을 토로해 왔고 어르신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신 바 있다.

I am perfectly aware that A DANCE WITH DRAGONS is late. There's no need to remind me, thanks, I have plenty of editors and agents and publishers to do that.

물론 저 이야기를 듣는 대상은 댓글이 열려있는 여러 주제의 글마다 책 얘길 하며 징징대는 독자들이고, 제발 각각의 토픽에 집중해달라는 뜻이긴 해도. 못참겠다면 남의 오프토픽 블로그에 찾아와서 난장질 치지 말고 네 블로그에다 가서 쓰라는 거다. 당연히 어르신 말씀이 옳다. 그러나.. A DANCE WITH DRAGONS는 올해 4월 출간 예정이었잖아요. 정말이지 기다리다가 목 빠지겠어요. 징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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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cala 2008.11.07 09:2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자기 블로그에 불만을 토로하는 모범적인 블로거 1인.

이 드높은 가을 하늘 아래

2008. 10. 29. 07:43 Tags » 바베큐파티, , 일가친척모임, 컨디션은 바닥

소고기, 돼지고기, 소세지, 전어까지. 다채롭게 먹고 마셨지만 이 날 하루 종일 산 아래 덜덜 떨면서 재를 뒤집어쓴 까닭에 이후 양 이틀간 허리가 쑤시고 머리가 머엉. 몸은 으슬으슬 불쾌지수 급상승. 먹을 땐 좋았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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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ey 2008.10.29 08:3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불 속에서 끙끙 앓으면서 좋았던 시절을 추억하며 우는 거임..

  2. Acala 2008.11.05 14:5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래도 고기는 부러운데...

베네치아의 꿈

2008. 10. 23. 01:14 Tags » , 베네치아, 베니스, 사진, 여행

꿈에 베네치아에 가 있었다. 동생과 단 둘이 쑥덕쑥덕하다가 부모님께는 얘기도 안하고 홀랑 비행기에 타버렸다. 짐도 가볍게 배낭 하나씩만 꾸리고서. 이제는 역 앞 풍경이 제법 익숙한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 앞에 내려 수상버스를 잡아타고 세 정거장 쯤 가서 뭔가 아는 듯이 신나게 내렸다. 조금 걷다가 왼쪽으로 돌아드니 유스호스텔 입구. 동생이랑 잠깐 분위기며 생김새를 구경하다가 이인실 방이 좁긴 해도 깔끔한 이층 침대에 컴퓨터도 있는 걸 발견하고(응?) 카운터로 가서 이인실 방 가격을 물었다. 이인실은 일인당 이십 삼 유로 정도. 세상에, 그 가격에 이렇게 깨끗한 방이라니. 당장 돈을 지불하려는데 이름을 묻는다. 성은 리, 아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많은 성이라 잘 알아요,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당연히 교회를 다니죠, 라는 질문이 느긋하게 던져진다. 나는 어물쩡어물쩡 넘기려는데 문득 돌아보니 분위기가 살짝 묘하다. 십자가도 걸려있고, 사람들 분위기도 웬지 경건하고.. 그리고 어디선가 머리가 희끗하신 아주머니 한 분이 나오셔서 한국어로 내게 어서오세요 말을 건넸다. 어디서 오셨나요, 잘 왔어요, 반가워요 우리 같이 찬송이나 한 곡 불러요, 라며 바로 웬지 익숙하긴 한데 가사를 모르는(당연하지) 노래를 불러제끼신다. 나는 황망히 어물어물하다 거기서 꿈은 흐지부지.  

꿈이란 그런거지. 어제 이탈리아에 가고 싶다 그랬더니 베네치아 꿈을 꿨던가. 사진은 작년 가을의 베네치아(contax i4r). 그나저나 교회는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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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octor 2008.10.23 04:4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나님께서 기다리신다고 하더니만.

과일, 더 루시 파이

2008. 10. 20. 08:49 Tags » 과일, 더 루시 파이, 복숭아 먹고싶어, 자두파이

내가 좋아하는 과일이 있던가. 가을이라 제철인 과일들이 여기저기 수북하고 우리집에도 배가 두 상자 들어오는 바람에 내 주먹 두 개합친 것 보다도 큰 배를 먹어치우느라 살짝 물린다 싶을 정도. 냉장고를 들여다보니 배 외에도 사과니 포도니 그득하다. 요즘에야 딱히 제철이라 챙겨먹을 만한 과일은 수박이나 사과, 딸기 정도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시 사철 어느 과일이건 구하기가 어렵진 않지만 그래도 제철에 나온 과일 맛을 따라잡기란 쉽지가 않으니까. 그래서 문득 과일 이야기. 한데 다시 생각해봐도 나는 별로 과일형 인간이 아닌가보다. 좋아하는 건 시원한 수박이랑 살짝 무른 복숭아, 겨울에 한 소쿠리 가득하게 쌓아놓고 까먹는 감귤 정도. 아, 한입 깨물면 생생하게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푸른 아오리 사과도 좋지. 그러나 좋아하는 건 그게 전부라, 안먹는 게 더 많다. 조금이라도 시큼한 맛이 난다 싶으면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마니까. 그래서 즙 많고 가끔은 달콤한 자두도, 살구도, 포도, 버찌나 앵두, 산딸기, 키위 등도 환영하지 않는다. 씨 없는 포도는 그나마 입에 대고 즐겨 먹지만 구하기가 어렵고. 배는 너무 끈적하게 달고 홍시도 너무 달다. 마찬가지로 멜론도 달아서 별로. 오렌지는 웬지 모르게 정이 안가고, 체리나 참외는 실패확률이 정말 높은 편이라(아무 맛 없이 맹맹한 체리 먹어봤는가) 아삭아삭 달게 씹히는 참외를 먹게 될 확률과 물컹대고 아무 맛 안나는 참외를 먹게 될 확률을 경험적으로 추산해보면.. 안먹는 게 낫다는 결론..이지만 귀찮게 과일 씻어서 예쁘게 깎아다 줬는데 안먹어 그러는 건 너무 철딱서니 없는 행동이잖아. 그래서 뭐가 됐든 웬만하면 갖다준 건 다 먹는다. 제손으로 갖다먹질 않는 거지. 정말로 진짜 안먹는 건 검푸른 포도, 빨간 자두, 키위. 어우 시어라. 내 돈 주고도 사먹는 건 사과, 복숭아, 수박, 귤. 그러고보면 입맛이 참으로 평범하기도 하네. 

그나저나 갑자기 과일 얘길하게 된 건 루시 파이 때문이다. 한참을 헤매다 겨우 도착해서 자두파이 하나, 고기 파이를 하나씩 골라 샀는데(먹고 싶었던 애플파이가 없었고, 유명하다는 피칸파이는, 내가 호두를 안먹으니깐) 이.. 자두파이가 너무 솔직한 맛인거지. 시큼털털. 새콤한 게 아니라 시큼하다. 웬만한 곳이라면 시큼한 맛을 가리겠다고 단맛을 좀 더 세게 넣었을 법도 한데 나름 생각이 있는 건지 그래봐야 시큼하고 달기만 하다는 걸 알고 있었나보다. 그저그저 시큼털털. 파이지도 맹한 맛에, 구운지가 좀 되었는지 눅눅했고. 뭣보다 자두파이의 실패는 내탓이다. 아니, 자두는 입에도 안대면서 웬 자두파이를 골랐담. 동부이촌동이 뭘로 보나 가까운 곳도 아니고, 파이 구워 나오는 시간 맞춰 거길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앞으로는 더 찾을 일이 없지 않을까. 게다가 품질이나 양에 비해 너무 비싸다. 파이 두 개에 만원 가까이. 따뜻하게 구워진 파이를 바로 내주는 것도 아니고, 미리 구워서 한참 진열한 걸 내놓으면서 가격이 그게 뭐람. 그리하여 이렇게 또 기대하던 가게 하나를 실패 리스트에 올리고야 말았다는 이야기. 에.. 또.. 결론은.. 복숭아 먹고 싶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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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yz 2008.10.21 09: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도 복숭아 먹고 싶으다. 제삿상 대추같이 씹히는거 말고 보들보들하고 시원하게 단 복숭아 T_T
    신거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

    • BlogIcon Munity 2008.10.21 09:4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아직도 못먹었다 복숭아..
      신거는, 나이가 들수록 꺼려져. 단것도 그렇고. 그치만 아직 신김치는 대환영.

안하던 일 하면

2008. 10. 7. 13:29

평소에 잘 하지 않던 일을 하면 꼭 탈이 나던가. 슬슬 징크스로 꼽아도 될 정도. 그 징크스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묘하게 10월엔 수월히 넘어가는 일이 잘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7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일이 있고 저런 일이 있었어도 겨우 7일 밖에 지나지 않은 거지.

9월 말에 잔뜩 주문한 책들을 포장상자에서 꺼내 쌓아놓을 땐 이걸 다 언제 읽으려나, 욕심을 과하게 부렸나 싶더니 어느새 낼름낼름 읽어치우고 몇 권 남지 않았다. 유감스러운 건 내가 여전히 책 광고에 잘 현혹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 책을 고를 때 독자들의 서평보다는 편집자나 번역자의 말, 혹은 출판사나 서점의 추천사에 귀를 쫑긋대는 습관이 있어서 그렇다. 책 읽는 사람의 추천과 책 파는 사람의 추천을 저울 양쪽에 놓고 재 본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전자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잘 그렇지가 않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는 게 가볍지 않은 문제라. 맛집을 고르는 거라면 당연히 음식점 주인 말 보단 손님 얘길 듣겠지만, 책이나 영화나 음악이나 연극은 그렇지가 않다니깐. 그래서 나는 네이버의 영화별점도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 표본을 키워봐야 오류만 늘어날 뿐이지.

그리하여.. 쌓아둔 책은 다소간 실망을 남긴 채 높이가 줄어들어가고, 웬지 10월의 진정한 시작은 다가오지도 않은 것 같다는, 그러한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채 이사를 단행. 텅 빈 블로그를 보니 더욱 심난해서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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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낙오자 2009.09.26 03:0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책을 고르는 기준이 저와는 많이 다르네요.
    네이버 평점은 신뢰하지 않지만.

    저는 주로 감으로 고르는 편인데.
    가끔 이 책은 분명 근사하다! 라는 뜬금없는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그래서 읽어보면......
    뭐 그렇지요.

    그런데 1Q84 후기는 안올려주시나요?

다래끼

2008. 7. 16. 05:50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번 다래끼가 언제였더라. 그때는 발갛게 부어오르고 딱딱히 굳어가는 게 손에 만져질 때 부리나케 약국으로 달려갔더랬다. 병원에 가시는 게 맞긴 한데, 항생제만 먹어줘도 가라앉을 것 같네요. 곪지는 않을 거에요, 하며 준 몇 개의 약들. 그 중에는 정체모를 한방 가루약도 끼어 있었다. 다행히도 약사가 장담한 바와 같이 곪아서 째어내는 일은 생기지 않았고, 아, 역시 병(이라기엔 민망)은 키우는 게 아니구나 깨달았지. 그래도 여전히 병원은 낯선 곳이고 어지간히 아파서는 갈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어제 새벽에 두들겨 깨워져서 식탁 앞에 앉았는데 오른쪽 눈꺼풀이 뻑뻑한 게 분명 뭔가 자리잡을 낌새가 보여서 엄마에게 일차 진단, 아빠에게 이차 진단을 받고 병원에 가리라 마음을 먹었다. 약국에서도 잘 해결해 줬지만 굳이 병원에 가겠다 맘먹은 건 절대로 다달이 뭉텅뭉텅 떼어가는 의료보험료 때문이 아니다. 지난번에 약국에 달려갔던 건 혹시라도 병원가면 째자 그럴까봐 그랬던 거고 그때 그만큼 진행이 되도 굳이 째어내지 않고 해결 되었으니 지난 번보다 훨씬 가벼운 증상인 지금은 피를 볼 일이 없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인 거지.

최근 눈이 수난시대라 모기도 눈꺼풀을 뜯어대고 다래끼도 스물스물 올라오고 그런다. 그러고 보면 나는 눈에 겁이 많은데. 하다못해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친분이 있는 판매원이 아이라인을 그리고 마스카라를 바르며 깔깔 웃었을 정도니까. 고객님, 괜찮아요, 눈이 완전 공포에 질렸네. 바들바들 다 떠시고. 난들 그러고 싶어 그러나요. 겁이 나는 걸 어떡해.

돌아보면 이건 다 엄마 때문이다. 어렸을 땐 눈에 다래끼가 나면 병원에 가서 항생제를 타먹는 게 아니라 충분히 곪을 때까지 뒀다가 엄마가 직접 짜줬거든. 다래끼에 엄마 손이 닿을 쯤 느끼게 되는 숨이 턱턱 막히는 공포. 누가 눈에 손을 대면 반사적으로 그때 그 공포를 떠올리는 걸 수도 있다. 아님 말구. 그치만 나중에, 고등학교 다닐 때던가 대학 때던가 다래끼가 생기면 항생제를 먹으면 쉬이 가라앉는다는 걸 어쩌다 알게 된 후 가슴 깊은 곳에서 샘솟던 그 원망이라니. 어째 다 말로 할 수가 없는 그 원망의 마음.

오늘 아침 밥을 먹고 아무 생각없이 약봉지를 뜯었는데 약들이 참 색색깔 형광빛에 예쁘게도 생겼다. 겨우 다래끼 하나에 삼시 세번 네 알씩 하루에 열두 알. 그래도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안 째는 게 어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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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hey 2008.07.17 12:1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댓글이 없으면 이제 글이 안 올라올 거라는 압박.

    에 못 이겨..

젤로

2008. 7. 11. 04:54 Tags » 간식, 여름, 젤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젤로 - by Lazycat 에서 트랙백.
 
요즘처럼 얼음 잔뜩 넣은 아이스커피 없이는 단 3시간도 제 정신으로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은 계절, 그러니까 한 18-20년 쯤 전 이 계절에 우리 엄마는 미국에서 잔뜩 싸 보낸 이런 저런 간식거리로 살살 녹을 것 같은 카스테라와 알록달록 파스텔 색깔의 아이싱이 올라간 머핀, 형광색 불량식품 맛의 아이스께끼와 함께 이 젤로-도 만들어주곤 했다. 엄마는 가끔 젤로 만든다- 라면서 우릴 불렀는데, 그러면 동생과 내가 엄마 옆에 딱 붙어서 투명한 크리스털 잔 안에 빨간색 보라색 주황색으로  찰랑대는 색색깔의 물이 담기는 걸 턱을 괴고 앉아 지루해하지도 않고 줄곧 지켜보았다. 어린 눈에 단순하고도 어려워 보이던 그 작업이 끝나고 나면 무지갯빛 화려한 크리스탈 유리컵이 냉장고에 줄을 지어 들어가는데 이 때가 참 고역인지라 도대체 언제 굳나, 언제 충분히 차가워지나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또 열어보고, 그러다 엄마한테 혼쭐이 나고. 뭐 재밌는 놀이거리라도 생겨서 충분히 한눈을 팔고 젤로를 향한 애타는 그리움을 살짝 잊을 때쯤 되면 짜자잔- 하고 엄마가 꺼내주던 차갑고 시원한 유리컵.

그 계절이 돌아왔다. 유진씨 덕분에 그 계절에 묻은 희미한 기억도 함께. 젤로 사러 가야겠다. 여름 내내 만들어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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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azycat 2008.07.11 06: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아요. 처음 제작현장 보고 저게 언제쯤이나 굳을라나 하고 괴로워했어요 _ㅅ_

  2. BlogIcon hey 2008.07.11 08:3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난 뭔지 모름~

사진

2008. 7. 3. 12:19 Tags » 사진, 슬라이드 필름, 현상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입술을 다부지게 깨물고 허탈한 마음으로 웃을까 울을까 망설였다. 결국 내 얼굴이 골라낸 건 입술 한끝이 거칠게 올라가는 허허, 웃음. 그러니까, 뭐라구요, 못쓰게 되었다구요? 그래 어째 아무것도 묻질 않더라니만.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는데도 아무렴 사진으로 벌어먹고 사는 분인걸 싶어, 거기다 귀찮은 마음 조금 얹어서 얼른 맡기고 뒤돌아서 나왔지. 허허.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벚꽃도 다 떨어지고, 흐드러지게 피었던 봄꽃도 다 지고, 살짝 푸르던 5월을 지나 쨍쨍한 여름, 아아, 나의 봄을 돌려다오. 이제 반쯤은 지난 듯한 여름은 어쩔꺼냐. 아아아.

그러게, 그냥 계속 게으르게 살걸 그랬지. 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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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cala 2008.07.03 17:3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내년 봄에는 좀 더 근사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을거에요. 분명히.

근황

2008. 7. 3. 04:38 Tags » 사진, 음악, 줄리아 하트, 커피, 플라스틱 피플, 필립 퍼키스


1.

이름을 주지도, 상표를 붙이지도, 재 보지도, 좋아하지도, 증오하지도, 기억하지도, 탐하지도 마라. 그저 바라만 보아라.
<p.19,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사진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위 인용구는 그의 책, 사진강의 노트의 세 번째 문단에서 발췌한 글이다. 앞서 그는 "보여지는 것, 그 자체, 너무 성급하게 메타포나 상징으로 건너뛰지 마라. '문화적 의미'를 담으려 하지 마라. 아직 이르다. 이런 것들은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먼저 대상의 표면에 떨어진 빛의 실체를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근 네 달여 간 필립 퍼키스의 책을 펼쳤다가, 놓았다가 다시 펼쳐 보았다. 이해한다고 말하기에 나는 너무 게으르다.



2.


그늘 의자 위 그림자 손을 내미는
뭐라 하기 어려운 커피 맛.

여름, 졸립거나 졸립지 않거나, 덥거나 덥지 않거나, 맹맹하거나 쌉싸름하거나, 뜨겁거나 차갑거나. 뭐라 하기 어려운 커피 맛. 그래도 감사합니다.



3.

[##_Jukebox|cfile2.uf@18346D284C7BD5D1936AAD.mp3|03.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mp3|autoplay=0 visible=1|_##]
오늘 같은 날 창문을 열어도 햇살 한 톨 바람 한 줌 내 것 아님은,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난 주에 제일 자주 재생한 노래. 비가 올듯 말듯 꾸물꾸물한 하늘 아래서도, 정면으로 세차게 부딪혀오는 빗방울을 가득 안고 달리는 길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마음을 울린다. 정바비씨가 계속 음악을 해준다면 참 고마울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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