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 미 투 헬, Drag Me To Hell (2009)

2009. 9. 19. 16:54 Tags » Drag Me To Hell, 공포영화, 드래그 미 투 헬, 리뷰, 무섭다기보단 드럽다, 샘 레이미, 영화, 호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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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다 호평이길래 기대가 컸다. 영화를 실제로 본 후엔 뭘 보건, 뭘 읽건 기대는 금물인데 내가 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 '기대'만 야금야금 쌓아놓지 않았더라면 꽤 즐겁게 봤을지도 모르는데.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내 경우엔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리고 칼로 찌르는 것보다 이로 물어 뜯는 걸 보는 게 정말 무섭다. 이게 단순히 좀비 영화같은 데서 연결되는 '식인'과 관련된 심상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본 적도 있긴 하지만, 실은 이로 물어 뜯는 거 말고 이를 뽑는 걸 보는 것도 무섭긴 매한가지라(설마 치과 때문에?) 예전에 쏘우 몇 편이던가의 티저 포스터에서 어금니와 관련된 이미지를 보며 제작자가 누군지 몰라도 이 사람 핵심을 좀 안다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뭔가 말이 길어지는데.. 아무튼.

이와 관련된 공포에 감정이입을 강하게 하는 내 경우와 같이 사람들마다 특별히 취약한 특정 "공포 이미지"를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영리하게 이용한 영화가 <드래그 미 투 헬>이다. 그러니까, 공포영화의 클리쉐라고 할 수 있을 어떤 특정 이미지나 장치들을 그대로 갖다 쓰면서도 최대한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연출하고, 그렇게 이거 저거 다 넣어놓고 보면 어떤 관객이든 뭐 하나에는 놀라거나 공포를 느낄 거라고 계산하고 만든 영화가 아닐까 싶다는 것. 그렇게 이런 소재 저런 소재(이, 손톱, 아무도 없는 지하 주차장, 피, 지옥불, 저주, 집시, 무덤, 귀신, 악몽, 악령, 환영, 벌레, 환청, 강박증, 비만, 열등감, 꼴 뵈기 싫은 직장동료, 남녀차별, 폭력, 거짓말, 기타 등등) 다 끌어다 써도 절대 난잡하거나 산만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점이 <드래그 미 투 헬>의 부인할 수 없는 장점 중 하나고, 워낙 얼개가 단순한 스토리에 괜찮은 캐릭터 하나를 집어넣어서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만으로도 그게 가능했다는 것도 (수많은 엉터리 호러 영화들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놀랍다.

그러나, 섣부른 기대는 금물. 수많은 연출 상의 장점에도 불구하고(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결국은 "단순한 스토리""괜찮은 캐릭터" 하나가 있는 공포 영화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쪽에 방점을 찍고 보느냐에 따라 감상평의 무게가 많이 달라질 수 있는 타입이니까.








  1. BlogIcon 흰자노른자 2009.09.19 23:1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여러 호평글을 보신후에 영화를 관람하셨나 보죠?
    저는 이영화의 포스터하나만 보고 단번에 예매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독특한 제목도.

    나머지는 저도 동감하는 부분이구요, 덧붙이자면 제경우엔 이 영화를 큰소리로 껄껄웃으면서 봤습니다. 저혼자 그랬다면 매너가 아니겠지만, 같이 본 영화관내 사람들도 같이 웃었구요.
    개인적으로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잊혀지지않을 공포코믹영화로 남아있네요.

    • BlogIcon Munity 2009.09.20 03:1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맞아요. 이 영화, 웃기다는 얘길 하는 걸 깜빡했네요. 긴박감 넘치는 주차장 신에서도 bitch~ 내지르는 의기양양한 주인공 얼굴 보니 웃기더라고요.

      사소한 신에서도 큰 줄거리 흐름에서도 가벼운 소품 느낌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여요. 잘 만들었지요.

  2. 2009.09.20 23:3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Munity 2009.09.21 02:2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임플란트 ㄷㄷㄷㄷㄷㄷ
      난 잠이 부족할 때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을 종종 받는데, 그럴 때 주변환경에 예민해지곤 해. 그러니까 평소엔 둔해서 별 생각 없다는 뜻일지도?

  3. BlogIcon 낙오자 2009.09.21 00:3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대출신청을 거절당한 노파의 저주라...
    저도 원한을 품고있는 은행직원들 좀 있는데.

    공포영화에서 공포를 느끼는 일이 거의 없는데, 물어뜯는 것은 무서울 수도 있겠습니다.
    구체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네요.

    • BlogIcon Munity 2009.09.21 02:2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그건.. 물려보신 적 있다는 얘기군요.
      "대출신청을 거절당한 노파의 저주"에서 감이 오시겠지만 설정부터가 허허실실, 무섭진 않아도 웃기긴 하실 거에요.

불신지옥 (2009) - 여름특집 공포영화 시리즈 02

2009. 8. 12. 17:52 Tags » 공포영화, 남상미, 류승룡, 리뷰, 불신지옥, 아 무섭다, 영화, 장영남, 호러

<불신지옥>은 스포일러가 영화 감상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매우 큰 타입의 영화라 감상을 방해받지 않고 싶으신 분은 제가 앞으로 쓸 이야기를 보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상관없으신 분들만 '불신지옥에 관한 몇 가지 잡상'을 클릭해서 펼쳐 읽으세요.





  1. 2009.08.13 02:2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Munity 2009.08.13 05:2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음. 어떤 광신적인 모습들 사이에 기독교인도 끼어있을 뿐인데(무속신앙과 같은 수준으로 놓이긴 하지만) 뭐라고 투덜거린다면 그건 그냥 도둑이 제발 저리기 때문일거라고 생각해. 그런 논란 자체도 사전에 다 차단할 수 있을 정도로 영리하게 만든 영화니까.

궁녀 (2007) - 여름특집 공포영화 시리즈 01

2009. 6. 26. 20:08 Tags » 공포영화, 궁녀, 리뷰, 박진희, 서영희, 영화, 윤세아, 임정은, 전혜진
궁녀
감독 김미정 (2007 / 한국)
출연 박진희, 윤세아, 서영희, 임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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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특별할 게 없는 영화다. 별 재미가 없다는 거 빼고. 뭐 더 할말이 있나 곰곰 생각도 해보고 하얗게 텅 빈 글쓰기 창을 한참 노려보기도 해봤지만 별 게 없다. 그렇다면야 <궁녀>가 왜 재미 없는지에 대해서라도 써야지.


이 아래로는 줄줄이 스포일러


일단, 영화가 밑밥으로 깔고 시작하는 미스터리의 범인은 귀신이다. 사람들이 줄줄이 죽어나가는데 그 뒤엔 킹왕짱 쎈 귀신이 있고, 그 귀신이 만사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일을 만들어나가는 데 장애가 되는 게 하나도 없다. 왜? 킹왕짱 쎈 귀신이잖아. 가마 안에 탄 의녀가 돌처럼 굳어 죽는 것도, 쥐불이글려 때 처형될 궁녀를 아무도 모르게 바꿔치기 하는 것도, 대비마마 방에 숨어 들어가 그를 죽이는 것도 뭐 하나 거칠 게 없다. 그냥 생각대로 하면 되고~

그런데 이 부분이 먹혀 들어가려면 관객들이 귀신이 야기하는 공포 분위기, 쉽게 말해 원혼의 카리스마에 충분히 장악당한 상황이어야 한다는 점이 전제로 깔린다는 것이 <궁녀>의 최고 문제다. 안타깝게도 이건 뭐, 무섭지가 않다. 시도 때도 없이 화면 주변이 먹물처럼 퍼져나가는 어둠에 잠식되고 막판엔 도대체 어느 영화에서도 빠지는 법이 없는 국산 공포영화의 필살기, 머리카락으로 둘둘 휘어감기 신까지 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영화의 서스펜스와 이 혼령의 원한과 목적의 엇박자가 너무 심한 탓에 그 모든 신들이 맹맹하다. 도대체 이 엇박자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가장 큰 원인은 <궁녀>에서 관객들이 느낄 수 있는 대부분의 공포가 궁 안에서 숨죽여 지내는 궁녀들의 조용하고 음울한 광기에서 오는데, 이게 앞서 말한 귀신의 활약과 그에 얽힌 미스터리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입궁하면서 왕과 혼인한 것과 마찬가지인 처지라 연애질도 맘대로 못하고, 뭘 들어도 함부로 말해선 안되고 알아도 몰라야 하는 처지에 위 아래로 고만고만한 처녀애들에 할멈들까지 첩첩이 쌓여있는 수렁에서 빠져나갈 구멍이라곤 상감마마 밖에 없는, 하고 많은 궁녀들이 제각각의 환상에 눌려 조금씩 미쳐가는 것을 바라보는 데서 오는 공포. 이것이 <궁녀>에서 가장 호소력 있게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궁녀>의 연출진은 이 부분을 제대로 본 줄거리에 맞춰 가져가질 못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볼까. 벙어리 궁녀 옥진(임정은)이 훔쳐낸 금사(이걸 안뺏기려고 바늘로 손톱까지 들어내는데도 버텼다)로 방해가 되는 손톱까지 빼가며 허벅지에 잃어버린 연애편지에 적혀있던 싯구를 수놓는 장면. 이 장면은 <궁녀>에서 관객들을 완전히 사로잡은 몇 안되는 장면 중 하나로 손꼽힐 수 있을 것이다. 꼭 화면에 피가 가득하고 잔혹해서 그런 게 아니라, 얘가 절절하게 맛이 갔구나 하는 점이 굉장히 설득력있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벙어리라고 따돌림 당하는 데다 뭐 하나 변변한 게 없는 애가 내의원 하나가 걸어오는 수작에 인생을 걸고 미쳐가는 걸 보는 게 어떻게 공포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혹은, 중전과 임금의 잠자리를 훔쳐보며 욕망에 몸부리치리던 욕심많은 정렬(전혜진)이 골방에 갇혀 억압된 욕망과 부질없는 환상 사이에서 서서히 정신줄을 놓는 장면을 보자. 정렬의 광기는 쥐불이글려의 클라이막스와 맞물리며 관객의 연민과 공포를 자극한다. 

그러나 그게 다다. 영화화의 스토리 중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쥐불이글려 장면에서 수많은 궁녀 중 한 명인 양 섞여 있는, 알 수 없는 얼굴을 (희빈(윤세아)처럼 보이기도 하고 월령(서영희)처럼 보이기도 하는) 카메라가 반복적으로 훑고 지나가도, 주인공 천령(박진희)이 숲속에서 감찰상궁(김성령) 일당에게 쫓기다 머리를 풀어헤친 희빈(월령 귀신이 씌운)을 만나도, 이미 흐름을 놓친 서스펜스는 도저히 다시 살아나질 않는다. 덧붙이자면 서둘러 숲속으로 이동하느라 쥐불이글려 장면에서 얼굴을 가린 채 익명의 가면을 쓰고 모인 궁녀들의 집단 광기를 살려내지 못한 점도 참 아쉽다. 정말 괜찮은 장면을 만들어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영화의 막바지에 스승님의 조언을 두번씩이나 무시해가면서 꿋꿋이 사건을 파헤치던 천령이 느닷없이 전향하는 것도 스토리가 덜컹대며 굴러가게 만드는 돌부리 중 하나다. 영화가 시작하면서부터 보여주는 천령의 과거와 희빈-월령의 미스터리가 어떤 접점을 가져야 하는데, 중간 중간 끼워넣은 천령의 과거와 천령의 마지막 선택이 전혀 일관성도 없고 논리적으로 설명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천령 이야기가 나온 김에, <궁녀>가 클라이막스에서 노출되는 미스터리의 비밀과 함께 서서히 고조되는 형태의 구조를 가진 영화라고 봤을 때 이야기의 진행과 함께 조금씩 영화의 광기에 젖어 들어갔어야 할 천령의 캐릭터가 별 변화 없이 처음부터 이야기의 절정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천령 역을 맡은 배우 박진희의 연기가 매우 아쉽다. 그 부분이 잘 표현되기만 했어도 결말 부분의 넋 빠진 모습이 힘을 얻고, 스토리의 부족한 개연성을 가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지.

하여간 가능성이 많은 소재였는데 영화의 연출진이 선택한 방향이 많이 아쉬웠던 영화로 기억하게 될 듯 하다. 이렇게 치고 빠지는 미스터리 영화로 갈 거 였다면 지금의 러닝타임(112분)을 좀 더 줄였어도 좋았을 것 같고. 그나저나 <궁녀>를 필두로 올 여름엔 공포영화를 살짝 볼까 하는 계획이 있는데 괜찮은 거 있으면 추천 좀 해주세요. 오래된 영화도 괜찮습니다(구할 방법만 있다면). 

 

  1. 2009.07.01 10:4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