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10.27 Peak District (3)
  2. 2008.10.23 베네치아의 꿈 (1)
  3. 2008.07.10 [책] 여행할 권리, 김연수 (5)

Peak District

2010. 10. 27. 01:13 Tags » PEAK DISTRICT, 더비셔, 사진, 여행, 영국, 워킹, 피크 디스트릭트

환절기 지난 지가 언제인데 웬 감기이냐 물으신다면.. 역시 지난 주 ULMC에서 갔던 더비셔 피크 디스트릭트 힐 워킹 탓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아무래도 비 빼면 뭐가 되는 게 없는 나라라 역시 아웃도어의 꽃도 비바람 몰아치는 날씨랄까. 걷다가 비가 오면 워터프루프 뒤집어쓰고, 워터프루프 바지도 덧입고 몰아치는 비와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묵묵히 구비구비 펼쳐진 구릉을 걷는다. 처음엔 좀 뜨악한 기분이었는데 한 여섯 시간 쯤 40-50분 주기로 개었다 흐렸다 쏟아붓다 맑게 개는 하늘을 견뎌보니 나름이 매력이 없는 건 아닌 듯. 사실을 고백하자면, 꽤 좋았다. 걷는 건 힘들었지만. 그래 역시 이 동네는 이런 맛이지. 

하지만 하도 비가 쏟아부어 첫 날 워킹 사진은 없고, 날이 이상할 정도로 맑았던 둘째 날 사진들을 주로 포스팅. 둘째날은 Derwent 지역의 Ladybower 저수지를 중심으로 그 근방 구릉을 헤매고 다녔다. 가끔은 그야말로 오프로드라, 조용히 따라가다가도 정말 이래도 되는거야 싶어서 속으로 의구심을 키워가며 걸었는데 지도 한장 들고 휘적휘적 리드해서 결국 엄청난 뷰를 보여준 제이콥에게 감사를. 아래 사진의 총각. 






점심은 강이 내려다보이는 구릉 꼭대기에서. 한 10분 앉아서 샌드위치 오물대고, 잡담에 햇살을 즐기다 일어나서 다시 행군. 



저도 몰라요 이게 뭔지. 구릉 구비구비마다 돌벽이 쌓여 있던데, 뭐하다 남은 흔적일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져서 또 비가 오나 싶어 깜짝 놀랬다. 사진속의 아가씨는 알렉스. 박사과정 중인 클럽 프레지던트. 스코틀랜드 출신인데 손도 빠릿하고 말도 빠릿하고 종종종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챙길 때 보면 꼭 무슨 집요정같다. 
 


클럽 소유의 코티지/헛. 침실 세 개, 부엌과 우드버너가 있는 거실, 화장실과 욕실 한 개. 저래 보여도 구조가 꽤 아늑하다.  



침실이라지만 난방이 되진 않습니다. 연두색이 내 꺼. 그나마 품질 좋은 슬리핑백이라 밤새 떨지 않고 잤어요. 그럼 뭐해. 첫 날 이미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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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Naturis 2010.10.27 01:2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좋은 곳 놀러가셨네요..
    팍 트인 초원에 도시의 모습이 전혀 안보여서 좋습니다....
    저런 곳에 한번 놀러가고 싶군요...

    • BlogIcon Munity 2010.11.01 18:4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도시의 흔적도 없을 뿐 아니라 지평선이 보이는 기분 제법 좋더라구요. 우리나라는 웬만하면 어디든 산들이 둘러싸고 있으니 지평선이 잘 보이지 않잖아요. 음. 군산평야쯤 가면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들판을 볼 수 있을라나요.

  2. BlogIcon 2012.09.13 11: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울면서 걸었다는 말씀인 줄 알고 잠시 걱정헀어요.
    영국은 선진국이니 울면서 걷는 강행군은 그만큼 적지요? 하고 노파심에 여쭙니다.

베네치아의 꿈

2008. 10. 23. 01:14 Tags » , 베네치아, 베니스, 사진, 여행

꿈에 베네치아에 가 있었다. 동생과 단 둘이 쑥덕쑥덕하다가 부모님께는 얘기도 안하고 홀랑 비행기에 타버렸다. 짐도 가볍게 배낭 하나씩만 꾸리고서. 이제는 역 앞 풍경이 제법 익숙한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 앞에 내려 수상버스를 잡아타고 세 정거장 쯤 가서 뭔가 아는 듯이 신나게 내렸다. 조금 걷다가 왼쪽으로 돌아드니 유스호스텔 입구. 동생이랑 잠깐 분위기며 생김새를 구경하다가 이인실 방이 좁긴 해도 깔끔한 이층 침대에 컴퓨터도 있는 걸 발견하고(응?) 카운터로 가서 이인실 방 가격을 물었다. 이인실은 일인당 이십 삼 유로 정도. 세상에, 그 가격에 이렇게 깨끗한 방이라니. 당장 돈을 지불하려는데 이름을 묻는다. 성은 리, 아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많은 성이라 잘 알아요,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당연히 교회를 다니죠, 라는 질문이 느긋하게 던져진다. 나는 어물쩡어물쩡 넘기려는데 문득 돌아보니 분위기가 살짝 묘하다. 십자가도 걸려있고, 사람들 분위기도 웬지 경건하고.. 그리고 어디선가 머리가 희끗하신 아주머니 한 분이 나오셔서 한국어로 내게 어서오세요 말을 건넸다. 어디서 오셨나요, 잘 왔어요, 반가워요 우리 같이 찬송이나 한 곡 불러요, 라며 바로 웬지 익숙하긴 한데 가사를 모르는(당연하지) 노래를 불러제끼신다. 나는 황망히 어물어물하다 거기서 꿈은 흐지부지.  

꿈이란 그런거지. 어제 이탈리아에 가고 싶다 그랬더니 베네치아 꿈을 꿨던가. 사진은 작년 가을의 베네치아(contax i4r). 그나저나 교회는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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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octor 2008.10.23 04:4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나님께서 기다리신다고 하더니만.

[책] 여행할 권리, 김연수

2008. 7. 10. 04:09 Tags » 기행문, 김연수, 문학, 여행, 여행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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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가 줄곧 되묻고 답하는 건 문학의 국경은 어디에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그 국경을 넘어가 여행을 떠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책의 첫머리에 국경이 없는, 어떻게 해도 배신자가 아닌 채 국경을 넘어갈 수가 없는 현실을 지적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선에서 어디엔가 존재할 지 모르는, 그러나 어떻게 넘어야 할지 모를 국경을 탐색하고 있으며, 이어 과연 국경의 안과 밖이 어디인지 고심한다. 바깥이 없다면 넘어가야 할 국경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므로. 또한 국경을 넘으며 배신할 것도, 잃을 것도 없을 거니까.

사실 김연수의 이 질문들을 보면서 국내문학의 흐름을 놓친 지가 너무 오래되어 우리 문학의 국경이 어디쯤 존재하는지, 다들 무엇을 넘어 어디로 향하는지 전혀 인지하고 있는 바가 없다는 게 제법 아쉽게 느껴지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문제의식의 뿌리가 어디쯤 묻혀 있는지 잘 감이 오지 않는달까, 혹은 왜 이리 답이 뻔한 문제를 구태여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아다닐 핑계로 삼은 걸까 싶은 사소한 불만도 얹어서. 그치만 김연수의 글맛이 제법이라, 그의 질문과 대답이 다소 불만족스럽다 하더라도 읽기를 그만둘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만두긴 커녕, 중간에 쉽사리 책을 놓을 만한 마음이 들지 않는걸. 어떤 걸 써도 이 사람은 쉽고 분명하며 재미나게, 젠체하지 않고 맛깔스럽게, 쫀득쫀득하게 잘 쓴다.

결국 중국으로, 미국으로, 일본으로, 독일로 떠돌던 김연수는 뭔가를 찾아 영구 운동하지 못하는 문학, 영구 망명을 꿈꾸지 않는 문학은 좋은 문학이 될 수 없다, 고 선언하며 그 어떤 경계에도 갇히지 않는 문학(그 경계선 주변에서 경계선을 조금씩 온몸으로 밀어대는 자의 문학)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답이다. 누가 들어도 언제든 어떤 부분에선 조금쯤 수긍할 수 있는,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가치지향적인 답변. 이런 답변을 자신있게 써서 남들에게 말할 수 있는 작가라면 이상처럼 영영 자신의 꿈을 잃어버린 채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른 채 비칠대며 암흑 속에서 희망을 잃진 않겠지. 그러므로 나는 내내 지켜볼 것이다. 김연수의 다음 책이 향하는 곳을. 앞으로 그가 원하고 찾던 그런 문학을 향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1. BlogIcon hey 2008.07.11 01: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앗, 새 글이다.

  2. acala 2008.07.11 03: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심야 납량특집을 보고 있다가 비명문자를 받으면 누구나 놀랠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