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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8.06.03 악몽 (3)
  3. 2008.05.28 날씨 (4)

윤상 6th, 그땐 몰랐던 일들

2009.07.07 17:16 Tags » 그땐 몰랐던 일들, 리뷰, 사진, 소심한 물고기들, 윤상, 음반, 음악



03 소심한 물고기들


할 말이 많은데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나


그건 물고기들
내 머리 속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혀 끝을 맴돌던 그 말들은
소리가 되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 버렸네
다시 헤엄치고 있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캄캄한 내 머리 속의 바다를

미끄러지듯
소리도 없이
미끄러지듯





그러니까 이게 얼마만의 신작이더라. 언제나 그렇듯 익숙해서 늘 새로웠던 것 같기도 한 윤상의 새 노래들. 여느 때와 같이 박창학과 함께 작업했고, 심지어 이번엔 박창학의 딸내미들과 찬영이가 함께 부른 노래도 수록되어 있다.

다섯 번째 앨범이었던 There is a man과 비교하면 훨씬 정제되어 있다. 뭔가 들쭉날쭉했던 지난 작업과는 달리 이번엔 파던 우물을 더 깊게 파들어갔다는 느낌. 대부분의 곡들이 짧고 간결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짜임새의 곡들. 아쉬운 건 이번에 수록된 몇몇 곡들의 경우 박창학의 노랫말이 살짝 음악에 묻힌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 정도.  

타이틀인 "그땐 몰랐던 일들"도 멋지다. 3분 4초 짜리 트랙. 이보다 더 짧을 수도, 길 수도 없게 잘 잡아낸 구성에 조용히 마음을 두드리는 리듬, 여름 밤 베란다에 서서 창밖만 내다보고 있어도 문득 코끝이 찡해오는 멜로디. 아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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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2009.08.08 14: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요즘 윤상님 라디오에 자주 나오시는 것 같더라구요. 유희열님 프로랑 이어지는 심야식당은 벌써 출연하셨고. 배철수의 음악캠프 대타로 출연하신다는 소문도 있고.

악몽

2008.06.03 03:47 Tags » 동경, 박효신, 벼락치기, 악몽, 윤상, 음악


꿈을 잘 꾸는 편은 아니지만 종종 꿈을 꾸고 잠이 깬 뒤 드물게 그 꿈을 기억까지 할 때, 혹은 세세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도 꿈의 잔상이 흐릿하게 남아 있을 때 으레 떠올리는 노래가 있다. '난 누굴 찾고 있는지, 여기는 또 어딘지, 터무니 없는 풍경에 익숙해갈 쯤에 갑자기 깨달았지. 네가 옆에 없는걸, 괜찮아, 걱정없어, 이건 아마도 꿈일테니까. 용기를 내'

윤상 <악몽>, Insensible 수록

그러나 오늘 나를 터무니없는 악몽에서 구원한 건 박효신이었다. 얼굴을 알 수 없는 반 친구의 입을 빌어 흘러나오던 박효신의 느릿하게 흐느적대는 노랫소리. 물론 그 친구가 기대고 선 칠판이 보여준 뮤직비디오의 초현실감 덕분에 불현듯 현실로 돌아왔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여튼 심각하게 고민과 걱정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날 건져낸 건 그의 목소리였음이 분명하다. 무슨 노래였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 게 유감일 뿐.

당장 내일로 다가온 중간고사, 과목은 영어와 도덕. 윤리도 아니고 도덕이다. 거기다 덤으로 얹힌 체육 필기시험. 그래, 중간-기말고사 시험 편성은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국영수사과 주요 과목에 가벼운 암기과목을 하나 얹어주는 식의. 아무리 가볍다곤 해도 외어야 하는 거라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 가볍다고만 생각해서 제대로 시간을 안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겨우 몇 시간 벼락치기로 교과서와 노트만 읽어보고 포인트가 되는 키워드를 외어서 주관식에 대비하는 게 대부분이었지. 가끔 교과서를 전부 읽기 싫으면 문제집을 풀고, 맞추지 못하는 것만 찾아서 읽기도 했다. 맥락도 없이 단편적으로 끼워 맞춰 보는 공부. 그러니까 여기서 포인트는 벼락치기다. 무슨 시험을 봐도, 뭘 해도 벼락치기하는 기분. 그러고 보면 난 수능을 볼 때도 벼락치기를 하는 기분이었어. 맙소사.

생각해 보면 내일이 시험이라는 사실을 오후 다섯 시가 되어서야 깨달은 적은 없었다. 째깍째깍 아무것도 아랑곳없이 무정하게 돌고 도는 시계바늘을 맘속에 하나 달고 어쩐지 속수무책인 양 발을 동동 구르기야 했지만 언제나 달력과 시간표를 머릿속에 넣어둔 채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점점 짙어지는 불안에 휩싸여 있었지. 내 벼락치기란 줄곧 그랬다. 마지막의 마지막의 마지막, 그래서 그 마지막 순간의 심장박동을 결국 듣고야 마는.  내가 미루고 외면했던 모든 선택과 결정의 순간이 모두 함께 한꺼번에 밀려들고야 말거라고, 가장 나쁘고 끔찍한 마지막 순간을 상상하면서, 그러고 나면 그 다음엔? 괜찮아, 걱정없어, 네가 곁에 없으니 이건 아마도 꿈일 거라고 중얼대며 자조할 수 있을까. 그게 그저 악몽일 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난 꿈속에서 살고 있는 게 아닌걸.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박효신 노래는 <편지>다. 보컬과 썩 잘 어울린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가벼운 숨결로 전하는 다정한 안부인사에 웃어주지 않기는 힘든 노릇이다. 그러나 오늘 떠올린 건 <편지>가 아니라 김동률이 작곡한 <동경>. mp3에 앨범 표지 이미지 태그를 붙이듯 노래에 이미지를 붙인다면 이 노래엔 스트레칭 장면이 붙을 거다. 한 겨울 재즈댄스 강습시간, 뻣뻣한 몸을 굳이 이래 저래 펴던 그 시간, 박효신은 이렇게 노래하며 울먹였고 맘껏 움직여주지 않던 내 팔다리도 박자에 맞춰 소리없이 비명을 질러댔던 그 시간의 이미지.
 

박효신, <동경> Second Story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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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hey 2008.06.03 04:3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도.

날씨

2008.05.28 03:15 Tags » 날씨, 남산타워, , 엄정화, 윤상, 음악, 지금도 널 바라보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침에 급히 처리할 일이 있어 일찍 일어날 계획이었다. 눈은 제시간에 떴고 잠깐 딴 생각을 하다가 곧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는데, 뭔가 께름칙한 생각이 든다. 날이 답지 않게 시원하기도 하고, 계절과 시간이 맞지 않게 어둑하기도 하고. 그래서 뒤돌아보니 창밖으로 비가 신나게 내리고 있네.

기세로만 봐선 벌써 장마인가 싶을 정도로 머뭇거림 없이 곧고 빠르게 쏟아지는 빗줄기들. 이젠 열 네살 소녀가 아니라 비를 맞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여전히 비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건 마음이 쉽사리 행복해지는 일 중 하나다. 아, 요즘은 비오는 날 운전하는 것도 좋아한다. 비가 오는 날은 차가 살짝 막혀도 알게 모르게 마음이 흐뭇하잖아. 들이치지 않을 정도로만 창문을 열어두면 평소의 밀도높은 매연 대신 비릿한 물냄새가 차오르는 것도 좋다. 하긴 이거야 비오는 날 운전하다 미끄러져 본 적이 없어 하는 말일거다.

그래서.. 지금 하던 일도 마다하고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가 하면, 당신 마음에 담아둔 비오는 날의 기억은 몇 개인가요, 하는 것.

열 네살의 7월 어느 일요일, 기말고사 준비를 하겠답시고 친구와 교실에 앉아 농담따먹기를 하다 벚나무가 푸르게 우거진 교정 앞뜰로 뛰쳐나가 온 몸이 다 젖도록 비를 맞으며 뛰어다녔던 일이라던지(비맞으면 시원하겠다 말고 딱히 그럴 이유가 없었다), 열 일곱 막 가을로 접어들던 즈음 추적추적 내리던 비에 다들 살풋 젖어 쉰냄새를 풍기던 66-1번 버스에서 내린 밤 자작한 빗소리에 섞여 등 뒤에서 들려오던 머뭇대는 발자국소리. 전북대 앞 동동주집에서 밤새 돌고 돌던 술잔, 아무리 술잔이 돌아도 나즈막한 음악소리보다 더욱 세차게 들려오던 빗소리. 2006년 여름, 틈만 나면 걸터앉아 바닥에 고여 흐르는 빗물을 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냈던 회사 건물 입구엔 1층 레스토랑 식구들의 담배연기가 비 냄새와 함께 흘러들곤 했지.

드문드문 끄적대는 사이 비가 그쳤네. 그치만 곧 쨍쨍한 여름이 올거고 장마도 시작될거다. 올해는 수해 안 날큼만 많이, 시원하게 왔으면 좋겠다. 태풍 말고 비만 와주면 안될까.

(사진은 2006년 여름 남산타워-이름을 바꿨는데 뭔지 모르겠음, 이날도 곧 비가 오려는 양 한껏 찌푸리더니 결국 날씨가 축축해졌다. 음악은 엄정화 노래, 윤상 작곡의 '지금도 널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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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narsil 2008.05.28 08:0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n서울타워일듯. 사진 참 잘 찍었네.

  2. hdachi 2008.05.29 02: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초딩 1학년 때 학교 안뜰에서 맞았던 소나기. 소년중앙류 때문에 미래에는 이렇게 비 맞고 못 다닐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던 기억이 새록.
    비교적 최근 걸로 하나 더 있지만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