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10.12.05 I want love, Elton John
  2. 2010.08.30 Beneath The Rose / Micah P Hinson
  3. 2009.10.09 빗방울보 (1)
  4. 2009.07.07 윤상 6th, 그땐 몰랐던 일들 (2)
  5. 2008.08.26 낯선 사람
  6. 2008.07.21 [영화] 클로저 Closer (5)
  7. 2008.07.20 시간이 약이 된다고 (4)
  8. 2008.07.15 [시] 깨꽃, 마종기 / A Beautiful Mess, Jason Mraz
  9. 2008.07.14 [영화] 잠 - 새벽의 저주 (7)
  10. 2008.07.03 근황

I want love, Elton John

2010.12.05 11:24 Tags » Elton John, I want love, Robert Downey Jr, 노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엘튼 존, 음악

Elton John - I Want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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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장면의 컷도 없이 롱테이크로 찍어낸 뮤직 비디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몇 번이고 했을테고. 덕분에 어울리지도 않는 아이언 맨도 두 편 다 봤다. 감상은? 아저씨 나한테 왜 이래요. 

애초부터 그토록 무기력하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고 굴복한 건 <앨리 맥빌>이 시작이었다. 정처없이 헤매던 시리즈의 구원자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더 이상은 참아줄 수 없겠다 싶었던 앨리 맥빌의 구원자이기도 했던 래리. 그러나 깊고 끝도 없는 수렁으로부터 드라마를 건져내줄 것만 같았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결국 그들을 더 깊은 수렁으로 차내버리는 역할을 하고 말았으니, 더 이상 드라마틱 할 수가 없었지. 아마도 예상했던 대로 앨리 맥빌과 래리의 해피 엔딩으로 이야기가 끝났다면 그저 그런 나이스 미들 왕자님 중 하나로 기억에 남고 말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았으니까. 그래서 그가 그 수렁을 또 다시 헤쳐나오는 그 시간을 다소곳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는 거다. 이제는 그의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커다란 눈동자조차도 캐릭터 상품화된지 오래라 예전처럼 눈빛만으로도 설레이는 건 아니지만 안보면 또 섭섭하고.. 그래서 나오면 보고 보고 또 보고 한 번씩 아저씨 나한테 왜 이래요 중얼거리고. 그게 나의 평범하고 뻔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토리. 

그래도, 가끔씩, 아주 가끔씩 여전히 '좋아하던 것'들과 마주치게 될 때가 있다. 이토록 그림자 하나 없이, 센티멘털한 느낌 없이 무겁게 내려앉은 뒷모습을 보게 되는 일은 흔치 않잖아. 익숙해진 눈빛에 실망한 채 이미 등을 돌리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어진달까. 

I can't love, shot full of holes 
Don't feel nothing, I just feel cold 
Don't feel nothing, just old scars 
Toughening up around my heart 

But I want love, just a different kind 
I want love, won't break me down 
Won't brick me up, won't fence me in 
I want a love, that don't mean a thing 
That's the love I want, I want love 

가사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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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eath The Rose / Micah P Hinson

2010.08.30 13:52 Tags » beneath the rose, Micah P Hinson, 음악


장미덤불 아래 홀로,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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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보

2009.10.09 14:31 Tags » Julia Hart, 빗방울보, 셔플의 행운, 음악, 줄리아 하트


CD를 사서 싸인을 받은 게 아니다. 새 CD를 샀는데 이미 재킷에 싸인이 되어 있었다. 아쉽게도 나는 줄리아 하트의 사인을 받을 기회도 한 번 없었다. 공연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즈음 그들이 밴드활동을 그만두어 버려서. 어째서 좋은 것들은 줄곧 사라지기만 하는 걸까.

얼마 전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흔들리며 서울로 가는 동안 셔플 재생중인 아이팟이 골라낸 "빗방울보"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었다. 이어폰을 귀에서 빼고 난 후에도 어렴풋이 멜로디가 들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왜 이 노래를 이제껏 알아보지 못했을까 의아하면서도 심장이 두근두근 뛴다. 더 이상 줄리아 하트의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게 사실이어도 이렇게 새삼스럽게 발견될, 또다른 신곡 아닌 신곡들이 있지 않을까 하여 부푼 기대 때문일테지.  

아아. 좋은 것들은 줄곧 사라지기만 할지라도, 위로가 될 만한 일들조차 하나도 없는 건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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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2010.03.29 15:3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여기 한번 가 보세요! 줄리아 하트 "From Bobby"

    http://music.cyworld.com/label/post/post_view.asp?tid=60183959&pseq=379351

윤상 6th, 그땐 몰랐던 일들

2009.07.07 17:16 Tags » 그땐 몰랐던 일들, 리뷰, 사진, 소심한 물고기들, 윤상, 음반, 음악



03 소심한 물고기들


할 말이 많은데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나


그건 물고기들
내 머리 속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혀 끝을 맴돌던 그 말들은
소리가 되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 버렸네
다시 헤엄치고 있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캄캄한 내 머리 속의 바다를

미끄러지듯
소리도 없이
미끄러지듯





그러니까 이게 얼마만의 신작이더라. 언제나 그렇듯 익숙해서 늘 새로웠던 것 같기도 한 윤상의 새 노래들. 여느 때와 같이 박창학과 함께 작업했고, 심지어 이번엔 박창학의 딸내미들과 찬영이가 함께 부른 노래도 수록되어 있다.

다섯 번째 앨범이었던 There is a man과 비교하면 훨씬 정제되어 있다. 뭔가 들쭉날쭉했던 지난 작업과는 달리 이번엔 파던 우물을 더 깊게 파들어갔다는 느낌. 대부분의 곡들이 짧고 간결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짜임새의 곡들. 아쉬운 건 이번에 수록된 몇몇 곡들의 경우 박창학의 노랫말이 살짝 음악에 묻힌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 정도.  

타이틀인 "그땐 몰랐던 일들"도 멋지다. 3분 4초 짜리 트랙. 이보다 더 짧을 수도, 길 수도 없게 잘 잡아낸 구성에 조용히 마음을 두드리는 리듬, 여름 밤 베란다에 서서 창밖만 내다보고 있어도 문득 코끝이 찡해오는 멜로디. 아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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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2009.08.08 14: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요즘 윤상님 라디오에 자주 나오시는 것 같더라구요. 유희열님 프로랑 이어지는 심야식당은 벌써 출연하셨고. 배철수의 음악캠프 대타로 출연하신다는 소문도 있고.

낯선 사람

2008.08.26 17:00 Tags » 낯선 사람, 음악, 줄리아 하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첨  만났을  땐 그저 낯선 사람
이상한 얘기를 하던 묘한 사람
조용히 미소 짓던 따뜻한 사람
날 아껴주던  사랑스러운 사람
날 아껴주던  사랑스러운 사람

혼자 생각이 많던 얄미운 사람
가끔은 이해하기  힘들던 사람
그래도 내겐 감동을 주던 사람
세상에 하나 뿐인 나만의 사람
세상에 하나 뿐인 나만의 사람

차디찬 겨울에  날 떠나간 사람
'용서해 미안해'라던 나쁜 사람
부디  잊어달라던  잔인한 사람
첨 만났을 때처럼 낯선 그 사람
첨 만났을 때처럼 낯선 그 사람














Julia Hart, 낯선 사람, 3집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 수록


딱 2분 짜리. 단촐하고 산뜻하고 서글픈 정서. 덜어낼 것도 덧붙일 것도 없이 속이 꽉 차 있다. 보름이 넘게 언니네 이발관의 5집만 듣는 중이었는데 오늘 문득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에서의 이석원 보컬이 가물가물해서 줄리아 하트 3집을 골라든 덕에 새로이 발견한 곡. 8월 27일, 여름이 사뭇 낯설어지던 날, 오후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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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로저 Closer

2008.07.21 04:30 Tags » Closer, jay jay johanson, quel dommage, 영화, 음악, 클로저


래리는 댄의 마음 속에 의심의 씨앗을 심으며 넌지시 알려주었다. 언제 어디서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곳 같은 건 세상에 없다고. 한 걸음만 옮기면 안전한 곳으로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아도 사실 안전한 곳 따위는 아무데도 없고, 혹여 있더라도 그곳은 진실을 사실로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들만을 위한 장소라고. 그러니 갖고 싶은 것, 욕망하는 것, 그러나 내것이 아닌, 실체없이 모호한, 손에 닿지 않을 듯한 것만을 향해 떠돌던 댄이 확고한 무게를 지닌 앨리스의 진실을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왜 그녀는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닌가 하며 소리 지르고, 화내고, 애원하고, 울고, 탄식하던 래리는 안나의 욕망이 향하는 방향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던 것 뿐이라는 진실-사실을 깨닫고 힘주어 뻗대며 발버둥치던 마음을 내려놓는다. 꼭 같은 무게의, 꼭 같이 생긴 마음이어야만 함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같이 머무르며 서로 몸을 기대고 마주 바라보며 나누는 말들이 위안이 될 수 있다면. 그 체온 만으로도.

그러니까 요는, 진실이 필요하지 않을 리 없다. 그 어떤 관계도 진실 없이, 그 힘 없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도 하고. 그것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종류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진실'을 알기 이전에 우리가 그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바꾸거나 움직이려 하지 않고, 그 생긴 모습 그대로 받아 안을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갖추어야 할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어떤 모습이건 간에 잡은 손을 놓지 않을 수 있다면, 혹은 산뜻하게 손을 놓고 뒤돌아 설 수 있다면. 그래야 그 다음이 존재하는 거고, 그것이 진실을 향한, 진실의 힘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올바른 자세.

Jay Jay Johanson - QUEL DOM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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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L DOMMAGE. This was supposed to last FOREVER. I used to say it's NOW or N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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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딸기뿡이 2008.07.21 06: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와 비슷한 시선으로 보셨네요. '진실'에 초점을 맞춰서. 사실, 영화 자체는 좋았던 거 같은데, 그 진실에 집착하는 거 때문에 저는 숨이 막히더라고요. 그야말로 저의 아킬레스 건을 탁 건드린 거죠. 모든 걸 다 말해라, 안전하다 이렇게 말하는 데 참 웃기더라고요. 웃음만 나왔어요. 진실, 그 실체가 뭐 그리 대단한 건지도 저는 잘 모르겠고요. 음악까지 더불어 잘 듣다가요. 저만 너무 이 영화 보고 '으악'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되려 반갑네요.

    • BlogIcon jools 2008.07.21 11:03  address  modify / delete

      사실 저는 클로저를 관계의 무게중심이나 욕망을 다루는 방식에 시선을 맞추고 봤는데 딸기뿡이님 글 읽고 문득 이런 저런 생각이 나서 써보았어요. 감독이 워낙 캐릭터를 표현하면서 적당히 거리를 두기도 했고, 필요할 때 빛을 발하는 유머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던 덕분에 좀 구경하는 기분으로 건조하게 볼 수 있었던 영화였죠. 다짜고짜 트랙백 걸었는데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2. acala 2008.08.10 10:4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난 저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왠지 뒤통수를 한 방 맞는 듯한 느낌이 드는 감상문이네.
    내가 뭔가에 계속 실패하고 있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된 이유는 바로 저런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시간이 약이 된다고

2008.07.20 15:22 Tags » , 시간이 약이 된다고, 음악, 포스티노


 


 

포스티노 - 시간이 약이 된다고

 
시간이 좀 흘러 지나면 괜찮아 질거야, 그래 그 말에 아주 조금은 위로가 됐었지만. 누가 그런 말을 했나, 시간이 약이 된다고. 하루가 지나고 또 가도 네가 준 상처는 그대로 내 맘 구석구석 깨진 유리조각처럼 가끔씩 따끔거리며 날 짜증나게 해.




옳다, 옳아. 누가 그랬나, 시간이 약이 된다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그래 버린걸. 어떤 상처들은 시간으로 덮어버릴 수 없기도 한걸. 그러니 그러지 않았어야 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도 오락가락, 차창을 세차게 때려대다가 어느 순간엔 자작대다가. 랜덤으로 돌아가던 아이팟에서 이 곡을 건졌다. 언제 어떻게 내 손에 들어왔는지 모르는 노래가 이렇게 불현듯 마음에 달라붙기도 한다. 우연, 혹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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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arsil 2008.07.20 18: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아 노래 좋다.. 비가 유리창 두드리는 소리랑 잘 어울리네.

  2. BlogIcon hey 2008.07.21 02:1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시간이 아니라 기억력의 문제인 듯 해요. 난 다 까묵었는데.

    • BlogIcon jools 2008.07.21 02:47  address  modify / delete

      맛도 없고 쓰기만 해서 잘 안까먹히는 것들도 있잖아요.
      내가 먼저 까먹으면 안되는 것들도 있고.

[시] 깨꽃, 마종기 / A Beautiful Mess, Jason Mraz

2008.07.15 20:15 Tags » Jason Mraz, 깨꽃, 마종기, 불면, , 음악


헤어져 살던 깨알들이 땅에 묻혀 자면서 향긋한 깻잎을 만들어내고, 많은 깻잎 속에 언제 작고 예쁜 흰 깨꽃을 안개같이 뽀얗게 피워놓고, 그 깨꽃 다 보기도 전에 녹녹한 깨알을 한 움큼씩 만들어 달아주는 땅이여. 깨씨가 무슨 흥정을 했기에 당신은 이렇게 농밀하고 풍성한 몸을 주는가.

그런가 하면, 흐려지는 내 눈에는 잘 보이지도 않는 꽃씨가, 어떻게 이 뒤뜰에 눈빛 환해지는 붉은 꽃, 보라색 꽃의 연하고 가는 피부를 만드는가. 땅의 염료 공장은 어디쯤에 있고 봉제 공장은 어디쯤에 있고 향료 공장은 또 어디쯤에 있기에, 흰 바탕에 분홍 띠 엷게 두른 이 작은 꽃이 피어 여기서 웃고 있는가.

나이 들수록 남들이 다 당연하다며 지나치는 일들이 내게는 점점 더 당연하지 않게 보이는 것은 내 분별력이 흐려져가기 때문인가. 아무려나, 흐려져가는 분별력 위에 선 신비한 땅이여, 우리가 언제 당신 옆에 가면 그때부터는 당신의 알뜰한 솜씨를 다 알아볼 수 있겠는가. 흙이 꽃이 되고, 흙이 깨가 되는 그 흥겨운 요술을 매일 보며 즐길 수 있겠는가.

늘어만 가던 궁금증이 하나씩 해결되는 깨알 같은 눈뜸이여, 나는 오늘도 깨꽃 앞에 앉아 아른거리는 그 말을 기다리느니, 어느 날 내 몸도 깨꽃이 되면 당신은 내 말과 글이 드디어 향기를 가지게 된 것을 알 수 있겠는가.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찾아 헤매던 날들은 지나고 드디어 신선한 목숨이 된 나를 알아볼 수 있겠는가.


깨꽃 / 마종기,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수록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당연한 것도, 당연하지 않은 것의 경계도 희미해져만 가고 그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서서히 색을 잃고 빛바래며 내가 알던 향기조차 더 이상 충분히 달콤하지 않은, 불투명하고 어두운 밤들. 나는 무슨 꽃이 되어야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을까.

무얼 원하는지 잘 모른다는 건 내 마음속에 자리잡은 가장 큰 두려움 중 하나. 선택을 미루고, 행동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아무리 작정하고 내 머릿속에 고개를 박고 무언가를 찾느라 두리번거려봐야 소용 없는 게, 눈을 감고 있잖아. 눈을 감고 대체 뭘 알아볼 수 있겠어.



A Beautiful Mess, Jason Mraz



 

[영화] 잠 - 새벽의 저주

2008.07.14 08:10 Tags » Happy, 불면, 새벽의 저주, 영화, 음악, , 좀비

한 열흘인가, 길게는 2주일 쯤 제 시간에 잘 찾아와 주지도 않고 왔다가 금방 떠나고, 그 짧은 동안에도 내내 들락날락하던 잠 때문에 컨디션이 점점 티나지 않게 조금씩 허물어져간다고 느끼고 있던 와중에 드디어 3일 전, 오랜만에 침대에 머릴 놓자마자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듯 잠이 들었다. 중간에 한번도 깨지 않았지만 유감스럽게도 너무 일찍 눈을 떴고, 그 다음 날엔 다시 잤는지 말았는지 모를 밤을 지내고, 어제, 또 다시 찾아와주었다. 머리를 통채로 어둠속에 밀어넣는 듯한 잠. 꿈도 기억나지 않고, 중간에 꿈과 현실의 경계를 떠돌지도 않았으며, 결정적으로 아침 일찍 전화를 받고 눈을 떴다가, 통화를 끝내고 다시 잠이 들었다. 더 자야 할 것 같아, 잠이 올까, 아아, 잔다. 브라보.

하여간 내가 그런 상황인지라 <새벽의 저주>를 보면서도  잠에 관련된 공포-두려움이 전혀 묘사되지 않는다는 점이 은근히 의아했다. 폐쇄된-혹은 구멍이 있는지도 모르는- 공간에 고립되었고, 구멍이 있다면 언제 좀비들이 뚫고 들어올지 모르고,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다들 잠은 잘 자는 걸까. 무섭고 걱정되고 힘든 일이 있으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그 불면에서 다시 그 불안과 공포가 증폭되는 걸텐데. 영화를 통틀어서 자는 장면은 딱 두 번 나온다. 처음 영화 시작할 무렵, 애나 부부가 잠들었다가 깨서 비비안이 문간에 서 있는 걸 보는 장면과 몰에 도착해서 침구가게에 감금된 채 각기 잠을 청하는 장면. 뭔가 마시고 먹는 장면은 주구장창 나오는데 자는 장면이 없다는 건 그 외의 부분이 이미 일상적이라는 뜻이거나, 특별히 다른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잖아. 정말, 그 상황에 불면증이 생기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거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누가 뭐래도 잠 하나는 끝내주게 잘 자는 사람이었다. 푹 자는 편이라 수면시간이 적어도 알차게 자는 편이었고. 여기저기 우스개소리도 하고 다녔지. 진화형 인간이라고. 8시간 잠이 꼭 필요하다는 그에게 코웃음을 친 적도 있다. 다시 한번 사죄를. 그치만 지금 난 여덟 시간이 아니라 두 세 시간도 제대로 못잔다구요. 용서해주세요.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그리하여 이 쇼핑몰 동거인들은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는 것 보다 낫다고 굳게 믿고 쇼핑몰을 나서는데 이건 다소간 자포자기에 가까운 선택이라 오히려 잠도 잘 자는 게 일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역시 마음 한구석엔 이 사람들이 정말로 자기들이 죽음을 향해 간다고 생각했을까 미심쩍은 것이, 나는 여전히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건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정말로. 죽음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이들이 굳이 귀찮게 죽으러 나갈 이유가 없잖아, 그냥 총을 입에 물면 될걸.

그리하여.. 이 영화의 마지막은, 납득이 된다. 음식엔 구더기가 가득하고 망망대해 바다를 향해 갈 연료도 없다. 사랑하는 이를 버리고 굳이 도착한 섬엔 좀비가 가득하고, 진퇴양난. 죽어도 좋댔지, 기다리느니 죽으러 갈거랬지, 그럼 굿나잇. 모두들 안녕. 니들이 가진 게 희망이었건 절망이었건 여기 남은 건 절망이란다. 그러니 안녕. 너희들이 말하던 죽음은 사실 이런 거였단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지, 라는 굉장히 산뜻한 일상에 가까운 결말.  





PS. 사라 폴리의 단호함은 이 영화가 가진 또 하나의 미덕.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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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cala 2008.07.14 13:2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무서운 이야기를 꽤나 태연스레 늘어놓잖아...

  2. BlogIcon masaru 2008.07.14 23:5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게다가 스포일러를 어색함 없이 아주 매끄럽게 끼워 놓으셨군요!

  3. 해면 2008.07.26 14:5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생각 많아지면 잠이 줄고 그렇지 뭐.
    성분이 좀 바뀌신 듯?

근황

2008.07.03 04:38 Tags » 사진, 음악, 줄리아 하트, 커피, 플라스틱 피플, 필립 퍼키스


1.

이름을 주지도, 상표를 붙이지도, 재 보지도, 좋아하지도, 증오하지도, 기억하지도, 탐하지도 마라. 그저 바라만 보아라.
<p.19,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사진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위 인용구는 그의 책, 사진강의 노트의 세 번째 문단에서 발췌한 글이다. 앞서 그는 "보여지는 것, 그 자체, 너무 성급하게 메타포나 상징으로 건너뛰지 마라. '문화적 의미'를 담으려 하지 마라. 아직 이르다. 이런 것들은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먼저 대상의 표면에 떨어진 빛의 실체를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근 네 달여 간 필립 퍼키스의 책을 펼쳤다가, 놓았다가 다시 펼쳐 보았다. 이해한다고 말하기에 나는 너무 게으르다.



2.


그늘 의자 위 그림자 손을 내미는
뭐라 하기 어려운 커피 맛.

여름, 졸립거나 졸립지 않거나, 덥거나 덥지 않거나, 맹맹하거나 쌉싸름하거나, 뜨겁거나 차갑거나. 뭐라 하기 어려운 커피 맛. 그래도 감사합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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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날 창문을 열어도 햇살 한 톨 바람 한 줌 내 것 아님은,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난 주에 제일 자주 재생한 노래. 비가 올듯 말듯 꾸물꾸물한 하늘 아래서도, 정면으로 세차게 부딪혀오는 빗방울을 가득 안고 달리는 길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마음을 울린다. 정바비씨가 계속 음악을 해준다면 참 고마울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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