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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적인 하루

2010. 3. 10. 22:39 Tags » , , , , ,


시험을 끝내고 나오니 다섯 시 이십 분 전. 자전거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부츠에 가서 여러가지 생활용품들을 구입하고, 자라에서 핀 스트라이프 셔츠를 한 장 산 후, 서점에 가서 책을 둘러봤다. 사기로 마음먹은 건 정해져 있었지만 책 구경 쯤이야 뭐. 하루 종일도 할 수 있다우. 7시 서점 문닫는 시간 맞춰서 구입한 책은 스티븐 킹의 다크 타워 4부와 5부. 둘이 합쳐 18 파운드. 좀 두껍긴 하지만서도, 비싸긴 하지. 페이퍼백일 뿐인데. 이안 매큐언의 신작 <Solar>가 나올 예정이다. 3월 17일에 워터스톤즈에 가면 반값에 살 수 있는데다 <The innocent>를 공짜로 준다는데 내가 과연 잊지 않고 들러서 구입할 수 있을래나.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읽은 이안 매큐언의 작품은 <이런 사랑>이었다. 매우 괜찮았고.

7시에 슬슬 서점을 나와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기숙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기숙사 앞에 꽤 큰 쇼핑센터가 있는데, 그곳 극장에 들러볼 생각이었다. 도착하니 일곱 시 이십 분, 마침 막 시작하는 <앨리스 인 원더랜드 3D>가 있어서 바로 표를 구입하고 입장. 놓쳤다면 두 시간을 꼬박 기다렸어야 했을 판이었다. <앨리스 인 원더랜드>는 처음으로 보는 3D 영화다. 에버랜드 어트랙션 우주탐험 같은 거에서 본 거 말고.. 진짜 영화. 학생 할인을 받았는데도 8파운드. 물론 3D 추가요금이 좀 붙긴 했지만서도 7년 전에 비교해서 가격이 꽤나 올랐다. 영화관에 입장하는데 뭔가 어설프게 생긴 선글래스를 하나씩 나눠준다. 친절하게도 선글래스로는 별 쓸모가 없을 거라는 안내도 붙어있고.

영화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걸 왜 3D로 봐야 하는지 의문인데, 꼭 입체로 형상화되지 않더라도 이 영화의 이미지들은 충분히 기괴하고 아름다운 상상력을 담고 있어서. 뭐 적어도 해가 되진 않을 테니까. 영화에 대해서 특별히 할 말은 없는데.. 아아 조니 뎁. 난 이 사람이 본격적인 로맨스 연기를 하는 게 보고 싶다. 과도한 코미디나 과도한 액션, 과도한 광기의 양념 로맨스 같은 거 말고 그냥 보통의 상황에서의 보통의 로맨스. 나이가 더 들어버리기 전에. <앨리스 인 원더랜드>에서 조니 뎁은 반쯤 미친 해터지만 그 모든 연기가 너무나도 설득력 있어서 마지막 장면에서 네가 날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말할 땐 정말이지 슬픈 기분이 들었다. 무지개빛 화장의 아래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느낌의 연기. 어린 앨리스와의 티 타임 이래로 줄곧 기다려왔고, 이제서 돌아와 드디어 함께 있으니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데 돌아서는 앨리스라니. (앨리스가 돌아서는 순간 슬펐던 건 그게 해터의 마지막 등장 신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집에 오니 아홉 시 사십 분, 탄산이 들어간 사과주(Cider)를 두어 잔 마시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 침대에 들어가 다크 타워 4권을 읽을 예정. 이 어찌 모범적이라 하지 않을 수 있으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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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2010.03.11 15: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학생이셨군요 그러고보니. 종종 소식 보아서 기뻐요. 소개해주시는 이안 매큐언은 언젠가 꼭 읽고 싶어요. 저번 일요일엔 라미엘님이랑 스타일이 비슷하게(기억상) 예쁜 사람이 저희 조에 들어왔어요. 시험 잘 보세요~

    • BlogIcon Munity 2010.03.15 22:1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이안 매큐언은 좋아하는 작가에요. 줄리언 반즈에게 쏠려 있던 마음을 조금 많이 비집고 들어왔죠. 신작도 기대가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