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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15 플랫 (5)
  2. 2008.05.25 청소 (12)

플랫

2010. 3. 15. 22:32 Tags » 가사, 일상사잡담, 청소, 플랫, 플랫메이트


오늘 플랫 메이트 한 명이 다른 집으로 옮겨갔다. 클럽에서 일하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거의 매일 플랫에서 같이 지내는 것 같더니 결국은 집을 새로 구해서 살기로 한 모양. 하긴 이 플랫의 방은 누군가와 같이 살기엔 매우 부적절한 사이즈라 이제껏 버틴 게 용하지. 혼자 지내기엔 별 문제 없지만, 결정적으로 누군가와 같이 자기엔 침대도 너무 작고. 아무튼 새로 들어오는 플랫 메이트는 (오늘 내 방 문을 고치러 다녀간 관리인의 말에 의하면) 키가 매우 큰 스패니쉬 가이. 이 플랫의 청일점 되시겠다. 아직 만나보진 못했고(오전에 외출해서) 잠깐 본 옆 방 J6 아가씨 말에 의하면 괜찮아 보인다고. 괜찮은지 아닌지는 사실 같이 지내봐야 아는 거지만, 박사 과정 학생이라 얼굴 볼 일이 많을 것 같지는 않고 그런 거지.

아무튼, 오늘도 외출했다 돌아와보니 이사 뒤끝이라 그런지 부엌은 끔찍하게 mess- 그러나 탁자에서 노트를 하나 발견. 목요일 7시에 모두 함께 모여 청소를 하잔다. J6 아가씨로부터의 메모. 근데 그 날은 종일 외출 예정이고 아무래도 7시까진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아서 방에 가서 9시로 옮기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흔쾌히 예스. 그치만 말 나온 김에 혼자서 쓰레기봉지들을 밖으로 좀 나르고 간단하게 정리를 좀 했다. 쓰레기 봉지 버리러 나갔다가 돌아와 보니 J6 아가씨가 부엌에서 티를 끓이고 있길래 잠깐 잡담을 나누고 헤어져 방으로 들어와 볼일을 보고, 하던 정리를 마저 하자 싶어서 부엌에 가서 내 찬장을 열었는데 찬장에 미니 사이즈 블루베리 머핀 한 개와 메모가 들어 있었다. 그냥 간단한, 쓰레기봉투 가져다 버린 거 고맙다는 Thanks 노트. 근데 웬지 마음이 뭉클해져서.. 혼자 부엌에 앉아 달달한 머핀을 꼭꼭 씹어먹고 청소를 시작했다. 진짜 청소. 바닥도 닦고, 가스레인지도 빛이 나게 닦고, 청소기도 돌리고 쓰잘데기 없는 것들도 다 정돈하는 진짜 청소. 덕분에 목요일에 함께 모여 청소할 일도 없게 되었고, 부엌이 산뜻하니 머리도 가볍고. 아아, 조그마한 블루베리 머핀의 힘.. 이라기 보단, 나 뭔가 이런 사소한 마음의 교류에 목말라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약간 쓸쓸해졌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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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ey 2010.03.16 03:1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당했군요(?)

  2. BlogIcon 2010.03.17 11: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예쁘세요

  3. 2010.03.21 13:4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4. BlogIcon Acala 2010.03.26 04:0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결혼식 엘범을 어제 받았는데 자네랑 악수하는 사진이 떡하니 등장! 자네는 선택된 자일쎄. 오호호호 ^ㅅ^

청소

2008. 5. 25. 12:16 Tags » , 책장, 청소

밤새 물을 마시는 꿈을 꿨다. 차가운 물이 목을 타고 꿀꺽꿀꺽 넘어가는데 아무리 마시고 또 마셔도 갈증이 가시질 않는 거다. 그래서 또 꿀꺽 꿀꺽. 아침 일찍 잠이 깨서 정말 목이 마른가 싶어 물을 마셔봤는데 실제로 목이 말라서 그런 꿈을 꾼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혹은 밤새 내가 찾던 게 물이 아니었던지도.

아침식사를 하고 방에 돌아왔는데 불현듯 방 꼬락서니가 더는 돌려막기로 어찌해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정리를 시작했다. 제일 급한 게 책장이라(책이 한권이라도 더 늘어나면 이젠 바닥에 쌓아야 할 정도로, 더 이상 어찌해볼 수 없는) 책 정리부터 하기로 했다.

책이 많지는 않은데 관심사가 워낙 중구난방인데다 딱히 뭐랄 수 있는 기준점이 없어 책장 정리를 할때면 분류를 어찌할까 하는 문제로 곤란을 겪는 일이 많다. 그래서 예전엔 사회과학-인문과학-순수문학-장르문학으로 큰 분류를 놓고 하위 분류를 작가/국가로 정리하기도 했는데 이번에 중요한 건 공간을 확보하는 거라 책의 크기와 두께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했다. 결국 이 책이 어디 있을까 했을 때 예측 가능한 위치에 놓는 걸 목표로 두고 책을 꼽기 시작했다. 책의 위치가 예측 가능해야 하고, 두께와 크기를 잘 맞춰서 가능한 한 많은 공간을 창출하는 것. 다행히 책장이 깊어 책을 이중으로 꽂을 수 있었고, 그래도 모자라 중간중간 쌓아야 했지만 장장 7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정리를 마쳤다. 끝내놓고 보니 버리려고 내놓은 종이며 책들이 한아름씩 다섯 묶음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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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뭘 정리한거냐 물어볼 거라면..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몸은 힘들어도 책 정리는 즐거운 종류의 일에 속한다. 모든 책들은 그마다의 역사가 있으니까, 책을 집어들 때마다 조그마한 기억들이 함께 묻어들기 마련이다. 책과 사람과 장소와 시간의 기억들.

책장 정리를 마치고 화장대로 갔다. 이쪽은 그래도 가끔 정리를 해줬던 터라 손이 많이 갈 일은 없지만 오늘은 맘먹은 김에 유통기한이 30개월 이상 지난 화장품들도 다 버리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다. 정리하다 보니 새상에, 대학 입학하고 처음 선물 받았던 립스틱도 고스란히 새거인 양 남아있다. 화장대에서만 버릴 물건들이 10리터 쓰레기봉지 가득 나왔다. 작정하고 버리지 않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십년도 더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을 사소하고 잡다한 물건들.

마지막으로 남은 건 책상이다. 책상과, 책상에 딸린 책장. 책상은 어쩜 치워도 치워도 매일 엉망이고, 맘먹고 크게 치워도 어디선가 이상하게 5년쯤, 10년쯤 된 물건-종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선물받고 한번씩 열어보며 말끄러미 웃다가 다시 넣어두곤 했던 로트링 펜 세트라든지, 7년 전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 2004년 겨울 그애가 3년만에 내게 보냈던 편지, 아,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5년 전 내가 쓰고 보내지 않은 편지였다. 브리스톨에 있을 때 편지를 받고 답장을 보내겠다고 써놓은 모양인데 어째 여즉 나한테 있는걸까 모르겠다. 어때요, 이거 줄까요, 겨울의 조각 작가님?

그래서.. 12시간의 고된 노동 끝에 내 방은 이제 다시 어질러질 준비를 마쳤다. 마음은 소소하게 뿌듯하나 몸은 여기저기 쑤시지 않는 곳이 없다. 부디 호되게 고생한 허리와 팔이 회복될 때까지만이라도 내 방이 이만큼의 평온과 안정을 유지해주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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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5 12:3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jools 2008.05.26 11:17  address  modify / delete

      시간이 흐를수록 버리는 게 조금씩 쉬워진다고 느끼곤 해요. 남기는 거 보다 버리는 게 더 많아지는 경향도 있고. 그 모든 미련은 다 어디로 갔나 몰라요.

  2. BlogIcon hey 2008.05.26 03:0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겨울의 조각 작가님 ^^

  3. BlogIcon narsil 2008.05.26 09:4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악... 양심이 콕콕 따갑다아..

  4. BlogIcon hey 2008.05.26 16: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나하나 오년 십년 모으는 것도 재밌지만, 한 십년간 모은 물건을 냅다 내다버리는 것도 쾌감이.. 그래서 난 둘 다 좋아해요.

    • BlogIcon jools 2008.05.27 02:27  address  modify / delete

      오래 간직할수록 중요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그게 별 의미 없어지기도 하니까요.

  5. acala 2008.05.27 11: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작가님 왈, 대체 뭘 정리한거냐.

  6. BlogIcon hey 2008.06.02 17: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화로도 있구나.

    • BlogIcon jools 2008.06.03 03:59  address  modify / delete

      편지는 화로에 태우는 거잖아요. 아직 화로구이를 못먹으러 가서 남아 있긴 해요. 그러나 곧.